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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잠깐 졸았는데 바다 내음"…강릉 당일치기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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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하니!]서울-강릉 100분 '경강선KTX' 개통…경포대-오죽헌-카페-시장 보고 저녁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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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에 정차해 있는 KTX (고속열차) 평창. /사진=신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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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강릉을 잇는 경강선 KTX(고속열차) 개통을 앞두고 '서울에서 강릉까지 일일생활권'이라는 홍보가 쏟아졌다. 버스 보다 이동시간이 70여분 줄어든다는 것. 특히 일각에선 강릉이 당일치기 여행지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크리스마스, 연말·연초 동해안 여행을 계획했던 커플의 이목이 쏠렸다. 특히 '외박불가'를 고수하는 부모의 눈치를 보며 그동안 강릉 여행에 아쉬움을 느꼈던 커플들이 반가움을 내보였다.


하지만 고등학교 재학 당시 강릉에서 거주했던 기자는 '제대로' 된 여행이 가능할지 의문이었다. 시간에 쫓겨 만족스러운 여행을 하기 힘들 것이란 생각에서다. 문제는 풀어야 제맛. 지역 명소 찾기부터 힙(hip)한 카페에서 인생 프사(프로필 사진) 건지기까지 마친 뒤 서울에서 저녁약속을 하는 진정한 '일일생활권'이 가능한지 도전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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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강릉 경포해수욕장 모래사장에 글 쓰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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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강선 개통 첫날인 지난 22일 찾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승강장엔 강릉으로 향할 'KTX 평창'이 대기하고 있었다. 탑승을 앞둔 사람들은 들뜬 표정으로 열차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가족들과 여행에 나선 사람부터 나홀로 여행객까지 다양했다. 일부는 당일치기 여행가들로 동지애를 느꼈다.

오전 6시22일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어느샌가 대관령을 넘고 있었다. 열차가 터널을 들어갔다 나가기를 반복하다 오전 8시 강릉역에 도착했다. "잠깐 졸았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여기까지 왔어"라는 말이 곳곳에서 들렸다.

승객들 모습은 출발 전과 같이 환했다. '이동하느라 진 빠졌다'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먹거리·볼거리를 알차게 즐길 요량으로 부지런히 움직였다. '동해'하면 '바다'라는 생각에 우선 경포대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겨울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한가롭게 바다를 즐긴 뒤 인근 식당에서 허기를 달랬다. 이어 경포 호수 주변을 산책한 뒤 참소리축음기 에디슨과학박물관 등을 둘러보고, 오죽헌으로 발길을 돌렸다.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 '아직 이 시간 밖에 안됐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참을 돌아다닌 탓에 배꼽시계가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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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강릉 안목해변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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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순두부'를 택했다. 식후 찾은 곳은 강문해변. 카페들이 바다를 향해 줄지어 있었다. 이중 지인들로부터 추천받은 카페에 자리 잡은 뒤 재빨리 인생사진 찍기에 나섰다. 셀카놀이에 빠져 시간이 한참 지난 듯 했지만 카페 한곳 정도 더 둘러볼 여유가 있어 안목해변으로 이동했다.

여행 마무리 전 다수가 찾는다는 '중앙시장'으로 이동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인심 좋게 생긴 상인들이 관광객을 반겼다. 명물이 된 닭강정 판매점 앞으로는 긴 줄이 형성돼 있었다. 오후 3시10분 강릉역 앞은 여행 인증 사진 찍는 사람들로 붐볐다. 일부는 빨간색 장미를 들고 있었다. 이 장미는 이날 경강선 개통을 기념해 첫열차 손님들에게 나눠준 것이다.

여행으로 지친 기색을 보이는 사람이 있었지만 만족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많았다. 딸과 함께 강릉을 찾은 조모씨(52·여)는 "맛집에 유명한 카페까지 다 돌아다녔다. 당일치기로 여행왔는데 아주 알차게 보냈다"면서도 "버스 운행 간격이 커 불편했는데 앞으로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자는 여행 일정을 마치고 서울 저녁약속을 위해 강릉역에서 오후4시 기차를 탔다. 청량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27분. 저녁 7시 동대문 인근에서 잡은 지인들과의 송년회 장소에 여유롭게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일부 불편한 부분을 제외하면 강릉 당일치기 여행은 몸과 마음 여유롭게 충분히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했다. "차 막혀서 못가", "운전하는 게 힘들어", "장거리는 멀미나" 등 그동안 동해 바다를 보고 싶다던 연인이나 가족에게 댔던 핑계가 앞으로는 통하기 힘들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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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중앙시장 소재 한 닭강정 전문점 앞으로 사람들이 줄 서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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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우 기자 hwsh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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