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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진상조사위 “영화계 블랙리스트, 경찰도 관여한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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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MBC사장 다큐 '자백'도 배제…블랙리스트 규모 1만1000여 건·피해 2670건]

머니투데이

송경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간사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블랙리스트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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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집행 과정에 경찰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20일 서울 광화문 KT빌딩에서 대국민 중간보고를 열고, 경찰청 정보국 배 모 경감이 문화체육관광부, 국정원 관계자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해당 문자메시지에는 ‘영진위에서 예술영화전용관 사업 심의결과 지원 작품 편수를 당초 24편에서 48편으로 수정의결했다’ ‘사업구조는 변함없으며 상영관에서 상영할 경우 지원받는 영화의 풀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부분에 대해서는 영진위에서 철저히 책임지고 관리할 계획이다’ ‘영화단체 지원 사업 중 인디다큐, 인디포럼 등 이념성이 강한 부분이 포함돼 있던데 어떻게 대처하실 계획이신지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져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와 공조해 조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예술영화전용관사업은 연간 11억~13억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천안함 프로젝트’ ‘다이빙 벨’ 등 이른바 문제영화로 지적된 작품의 상영 통제를 위해 2014년 4월 사업이 보류됐다. 이후 재공모를 실시했으며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한 동성아트홀은 지원에서 배제됐다.

진상조사위는 국정원이 영진위를 통해 최승호 MBC 사장의 다큐 ‘자백’을 배제하라고 요구한 사실도 확인했다. 시놉시스에 국정원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지난 8월 말부터 11월까지 진상조사위가 입수한 총 12건의 문건 분석 결과에 따르면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문화예술인‧단체 규모는 1만1000여 건이다. 검열‧배제 사실이 확인된 피해 건수는 총 2670건으로 나타났다.

진상조사위는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 블랙리스트 명단이 공문서 및 DB형태로 작성돼 실제 활용된 것을 확인했다”며 “이 문건들은 실제 검열대상에 오르거나 배제된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과 단체들을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문건에는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로 작성된 ‘문화연예계 정부비판세력’,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만들어진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정비’, 이듬해 작성한 ‘국정원이 문체부에 선별‧통보한 인물 현황’ 등이 포함됐다.

리스트에 오른 대상의 배제 사유로는 2000년 ‘안티조선 지식인 선언명단’부터 ‘2003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취임사 준비위원회’ ‘문재인 지지선언’ ‘안철수 팬클럽’ ‘용산참사 해결 시국선언’ ‘서울대 교수 128명 국정원 시국선언’ 참여자 등 35가지로 분류됐다.

배제 대상에는 문화예술인‧단체뿐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야권 성향의 지방자치단체도 포함됐다. 안산, 전주, 충북, 성남시 등 당시 민주당 출신의 기관장이 있는 자치단체가 리스트에 올랐으며 이 중 전주, 성남, 충북 등 3곳의 지자체가 실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사실이 감사원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또 문체부의 ‘예술정책과 관리리스트’ 문건 분석 결과, 당시 군포시장이 민주당 출신이라는 이유로 군포문화재단도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진상조사위는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며 “지자체와 지역문화재단 블랙리스트 적용 의혹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이경은 기자 ke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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