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금리 인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2017년 12월 1일 34면>

저금리 파티 끝나고 퍼펙트스톰 몰려온다
중앙일보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 높은 1.5%로 올렸다.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저금리 파티를 끝내자 한국도 저금리 시대의 막을 내린 것이다. 이 소식으로 어제 당장 코스피 2500선이 맥없이 무너졌다. 이는 8년간의 저금리 파티가 끝나고 이제는 고통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전조에 불과하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주택시장에 유입된 천문학적 규모의 주택담보대출 자금이다. 그간 저금리는 가계대출 증가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95%에 달할 만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동안 팔짱을 끼고 있었다. 결정적 패착은 박근혜 정부가 확 풀어놓은 대출 규제를 다시 조일 타이밍을 놓쳤다는 점이다. 그 바람에 최근 3년간 불어난 가계부채가 362조원에 달한다. 이 여파로 2008년 말 859조원이었던 가계부채는 올 9월 1400조원을 돌파했다. 이 속도대로라면 올 연말에는 1450조원 안팎까지 불어나고, 내년에는 15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경기 흐름으로 봐도 기준금리 인상을 더 지체할 이유가 없어졌다. 미국은 물론 유로존 지역과 일본에서도 고용 및 수출 증가로 경제가 살아나면서 저금리 시대에서 속속 탈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대외 여건을 보면 글로벌 경기는 회복세가 확대되고 있고 미국과 유로 지역, 그리고 일본 등 주요국들이 예상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 경제도 호전되고 있다. 글로벌 무역 확대에 힘입어 올해 3.2% 성장이 예상되고 내년과 후년에도 3%대 성장을 바라보고 있다.

문제는 통계 왜곡과 착시 현상이다. 반도체·석유화학 특수를 빼면 한국 경제는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계 실질소득은 2년 연속 하락했고, 생산·소비·투자 지표도 좋지 않다. 세계의 흐름과 달리 고용 한파는 갈수록 매섭다. 기업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확대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금리 상승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세 곳 이상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저신용·저소득 채무자들이 390만 명에 달하고 한계기업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가가 오르고 원화 강세도 지속되고 있다. 이른바 3중고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이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과 관련해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파악해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고민이 담겨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세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지명자가 “금리를 정상화할 때”라고 밝힘에 따라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금리·고유가·원고(高)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거대한 퍼펙트스톰에 대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비상 경제체제를 가동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 <2017년 12월 1일 23면>

‘금리 정상화’의 험한 여정이 시작됐다
중앙일보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한국은행이 30일 열린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올렸다. 2012년 7월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로 내린 이래 5년4개월 동안 이어온 통화 완화 기조를 마침내 뒤집기 시작한 것이다.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상당 기간 기준금리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며 통화정책을 중립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빚을 많이 늘려놓은 사람들은 금리 인상이 부담스럽겠지만, 인상의 불가피성을 이해하고 합리적 의사결정을 해나가야 한다. 한국은행은 인상 속도를 경제상황에 맞춰 잘 조절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통화정책 변경은 미국에 견줘 2년가량 늦은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015년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제로금리 정책에서 벗어났다. 그 뒤 2016년에 한 차례, 올해 3월과 6월에도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려 현재 연 1.0~1.25%로 운용하고 있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다시 금리를 올리고,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속도로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 연준의 금리정책을 우리가 그대로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축통화국의 통화정책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기는 어렵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늦춘 건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미국과 달리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번 통화정책 설명 자료에서 “국내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보면 향후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를 것 같지는 않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초저금리 정책의 부정적 측면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초저금리에도 민간소비는 여전히 부진한데, 부동산 가격은 크게 오르고 가계부채는 급증했다. 이것이 향후 금융불안 요인이 되지 않도록 통화정책 차원에서 깊은 고려를 해야 한다. 금리 인상으로 빚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한국은행이 이에 영향을 받아서도 안 된다. 금리가 경제 전반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 가계와 기업은 현재의 초저금리가 비정상이고, 금리 인상이 정상을 찾아가는 길임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논리 vs 논리

비상 경제체제 가동해야 vs 금리 인상은 정상을 향한 길
<단계1> 공통 주제의 의미

한국은행이 지난 11월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로 올렸다. 한은의 금리 인상은 2011년 6월 이후 6년5개월 만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길어지면 금융 불균형이 누적된다”며 수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이미 예고한 바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 인상 직후 내놓은 통화정책 방향을 통해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국제금융시장의 주가가 완만한 오름세를 나타내는 등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 경제는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가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으며 투자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지금이 금리 인상의 적기라는 것이다. 한은은 또 “국내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며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경기 흐름으로 봐도 기준금리 인상을 더 지체할 이유가 없어졌다.”

“인상의 불가피성을 이해하고 합리적 의사결정을 해나가야 한다.”

전자는 중앙의 사설이고, 후자는 한겨레의 사설이다. 중앙과 한겨레 모두 금리 인상을 한국 경제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중앙은 미국은 물론 유로존 지역과 일본의 고용 및 수출 증가로 저금리 시대에서 속속 탈피하고 있고, 한국도 올해 3.2% 성장이 예상되고 내년과 후년에도 3%대 성장을 바라보고 있는 등 한국 경제가 호전되고 있는 상황을 들어 금리 인상의 적기라고 판단한다. 한겨레는 미국도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는 상황이고, 내년에도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기축통화국의 통화정책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기는 어렵다”는 점을 들어 금리 인상의 불가피성을 역설한다. 중앙의 “대세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구절 역시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거스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저금리 파티 끝나고 퍼펙트스톰 몰려온다”는 중앙의 사설 제목은 금리 인상의 여파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금리 정상화의 험한 여정이 시작됐다”는 한겨레의 사설 제목 역시 금리 인상 이후의 한국 경제가 맞닥뜨려야 할 고통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금리 인상이 몰고 올 여파로 중앙이 가장 먼저 우려하는 것은 천문학적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이다. 초저금리 정책으로 주택 구입 자금 마련이 쉬워져 그동안 부동산 가격은 크게 오르고 가계부채는 급증했다. 금리 인상은 곧 가계부채를 껴안고 있는 채무자들의 고통과 직결된다. 중앙은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95%에 달하고 2018년에는 그 규모가 1500조원을 돌파할 전망임을 우려한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위험 가구를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 가계의 붕괴 및 금융 부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방향을 통해 국내 경제는 수출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소비가 완만히 개선되고 있으며, 투자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지만 중앙은 한국은행의 전망이 “통계 왜곡과 착시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는다. 반도체·석유화학의 특수를 빼면 한국 경제는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가계 실질소득은 2년 연속 하락하고 있고, 생산·소비·투자 지표도 좋지 않으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확대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중앙은 고금리 시대에 맞서 고용·임금 정책 등을 개선하는 등 정부가 비상 경제체제를 가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고금리의 여파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중앙일보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한겨레는 “초저금리 정책의 부정적 측면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져 시중에 돈줄이 마르면 정부는 저금리 정책으로 통화를 늘려 소비를 촉진해 경기침체 가능성을 줄이려고 한다. 그러나 저금리로 인해 노년층 등 이자소득자의 미래가 불안해져 중·장년층들의 소비가 위축되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시세 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기가 만연할 수 있다. 거품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가계부채의 증가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저금리에 따르는 문제다.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될 수 있지만 한국은행은 이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한겨레는 충고한다. 고금리보다 저금리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 한겨레의 일관된 입장이다. 한겨레는 가계와 기업은 “현재의 초저금리가 비정상이고 금리 인상이 정상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단언한다. 가계와 기업이 고금리 시대의 고통을 감수하려는 의지 없이는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