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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사인 분석 상당 시일 소요…"전국 신생아 중환자실 안전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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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 “숨진 3명 세균감염 가능성” 국과수 “육안으론 알 수 없다” / 사망 전 혈액검사… 그람음성균 의심/균종 분석 결과는 19일이후나 확인/국과수 “의료 과실 등 모든 경우 염두”/부검의 5명 투입… 시신 1구씩 부검/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사건 전담/李총리 “전국 신생아 중환자실 점검”

서울 이화여대 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진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사망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보건당국은 사망 신생아의 세균 감염 가능성을 제시한 반면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후 육안 관찰 소견만으로 사망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이에 따라 신생아가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초유의 사건에 경찰과 보건당국 등이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사망 신생아 부검… “육안 관찰로는 사망원인 특정 불가”

경찰은 18일 양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서 숨진 신생아들에 대한 부검을 실시했다. 국과수 측은 사망한 신생아들의 세균 감염이 의심된다는 질병관리본부 발표, 신생아들의 배가 볼록했고 호흡곤란 증세가 있었다는 유족 측 주장, 의료과실이나 기기 오작동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염두에 두고 부검을 진행했다.

국과수는 부검 후 육안 관찰 소견만으로 사망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과수 측은 “신생아는 조직 현미경 검사 및 각종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야 사인을 규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부검에는 국과수 본원 중앙법의학센터장을 비롯한 부검의 5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검의 3명이 시신 1구씩 공동으로 부검하고 2명은 의무기록을 계속 검토하는 역할이다.

전문가들은 부검을 해도 당장 사인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부검을 통해 최종 사망에 이르게 한 질환은 확인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이런 질환에 영향을 미친 ‘선행사인’을 분석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혈액, 약물 등에 대한 검사는 일주일 정도, 종합적인 부검 결과는 한 달 정도가 소요된다.

세계일보

양경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조사과장이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국과수 서울분소 앞에서 이대목동병원 중환자실에서 잇따라 숨진 신생아들에 대한 부검 진행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망 신생아 세균 감염 가능성… 균종 파악 중”

앞서 이날 보건당국은 이대 목동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 4명 중 3명이 세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질본 관계자는 “사망한 신생아 3명의 사망 전 시행된 혈액배양검사를 살펴본 결과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그람음성균’ 중 하나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혈액배양검사를 한 3명 중 2명은 사망 전 괴사성장염이 의심돼 항생제 치료를 받았고 사망한 4명 모두 사망 1∼2시간 전 산소포화도 감소, 심박수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그람음성균은 미숙아로 태어난 신생아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국내 병원의 그람음성균 발견율은 높은 편이다. 2012년 국내 연구팀이 서울과 경기 지역 6개 대학병원 안내실에서 세균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전체 76개 시료 중 84.2%(64개)에서 그람음성균이 발견됐다. 세균 균종 분석 결과는 20일 이후에 나올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생아중환자실 환경 검체와 사망 환아의 검체를 채취하고 이틀째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사망 사고 직후 퇴원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긴 신생아 12명에 대해 배양검사를 실시하는 등 이상증세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퇴원한 4명 중 1명은 감기 증세로 17일 입원했고 8명 중 1명은 기력저하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신생아들에게는 아직 특이사항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일보

이한영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이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국과수 서울분소에서 이대목동병원 중환자실에서 잇따라 숨진 신생아들에 대한 부검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전문 역량 갖춘 광역수사대가 수사 전담

경찰은 이날부터 사건을 서울경찰청 직속 전문수사부서인 광역수사대에서 전담해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오늘 오전에 진행한 사망자에 대한 부검 집행까지만 양천경찰서가 담당하고 이후에 사건 일체를 광역수사대가 넘겨받아 수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은 특히 아직 원인을 알 수 없고, 의료과실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 의료수사팀이라는 전문 역량을 갖춘 조사관이 있는 광역수사대가 담당하게 된 것이다.

경찰은 현재 의료기록과 인큐베이터 등 기초 자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기계적 결함, 감염, 과실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당시 상황을 알려줄 수 있는 증거 확보를 위해 현장을 보존해둔 상태다. 경찰 수사는 사망 신생아들에 대한 부검이 일차적으로 마무리되면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국민과 임산부들의 우려가 매우 큰 사안인 만큼 보건당국의 최종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병원들과 협조해 전국의 신생아 중환자실 안전관리 상황에 문제가 없는지 신속하고 철저하게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람음성균=면역력이 떨어진 중증 질환자에게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과 요로 감염 등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으로, 살모넬라균과 이질균 등이 해당된다.

김선영·이현미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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