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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특검 '0차독대' 주장…날짜 모른다 공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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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봉근 "날짜 기억 못하지만 2014년 11월 이전 재벌총수들 단독면담"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뇌물공여 등 항소심 14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12.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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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른바 2014년 9월12일 '0차 독대' 존재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을 증인으로 불렀지만 안 전 비서관은 "정확한 독대 날짜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증언했다. '0차독대'는 기존 2014년 9월15일 1차독대 이전에 한번 더 독대가 있었다며 특검이 다시 들고나온 의혹이다.

안 전 비서관은 18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의 항소심 재판에서 "2014년 하반기, 11월 말 이전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와 청와대 안가에서 단독면담이 있었다"며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지만 하반기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그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2014년 하반기에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만남 외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가 한차례 더 있었던 것이 된다.

안 전 비서관은 "청와대 안가에서 이 부회장을 안내한 기억이 있다"며 "이 부회장으로부터 명함을 받아 핸드폰 번호를 저장해둔 것 같다"고 증언했다. 이에대해 이 부회장 측은 증언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신빙성을 뒷받침할 증거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부회장의 명함에는 휴대폰 번호는 없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과 2015년 7월25일, 2016년 2월 15일 각각 청와대 안가에서 총 3차례 독대한 사실을 인정했다.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독대는 2014년 9월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삼성 측에서는 처음 독대 자리였던데다 시간도 5분에 불과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정유라 지원을 거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반박해왔다.

1심에서도 특검팀은 두 사람의 독대가 2014년 9월 12일에도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김건훈 전 청와대 행정관이 작성한 문건에 박 전 대통령과 삼성그룹 총수가 해당 날짜에 면담한 것으로 기재돼 있지만 정작 작성자인 김 전 행정관이 재판에 나와 "실제 두 사람이 면담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증언한데다 문건 기재내용에 오류가 발견돼 1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검찰은 지난 11월 안 전 비서관을 불러 국정원 특수활동비 관련 수사를 하던 중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에 대한 진술서를 받아 특검 측에 넘겼다. 삼성 측 장상균 변호사가 "안 전 비서관의 구속혐의는 국정원 특수활동비이고 이재용은 관련이 없는데 갑자기 불러서 조사한 것인가"라고 묻자 안 전 비서관은 "검사님이 조사를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답했다. 질문이 계속되자 "독대 시기를 잘 모르는 저한테 자꾸 물으시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특검이 주장하는 9월12일은 금요일, 대구 창조경제센터에서의 5분독대가 있었던 9월15일은 월요일이다. 삼성 측 변호인이 "주말을 빼면 금요일과 바로 그 다음 월요일에 만났다는 것이 특검 주장인데 (주말 지나고) 월요일에 볼텐데 금요일에 미리 대통령이 이재용과 독대할 필요가 있느냐"고 추궁하며 독대 시기를 재차 질문하자 그는 "(두 날짜 사이에)그렇게 많은 차이가 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정확한 시기는 잘 모른다"고 거듭 강조했다.

안 전 비서관은 시종일관 잘 모른다는 취지의 증언을 계속했다. 안 전 비서관은 '안종범 수첩 등을 보면 9월 8일 VIP 기재 부분에 금요일(12일) 밑에 SK, 현대차가 쓰여있는데 12일에 단독면담하기로 한 것이 SK, 현대차그룹은 아니냐'는 변호인 질문에 "자꾸 말하지만 날짜마다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날 변호인단은 안 전 비서관의 추측성 진술을 탄핵하는 전략을 폈다. 안 전 비서관은 2014년 하반기 청와대 안가 독대에서 이 부회장을 만나 명함을 받고 전화번호를 저장한 것이라 진술해왔다.

이에대해 삼성 측 변호인은 "(안 전 비서관) 본인의 휴대전화에 이 부회장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다는 사실과 명함을 받았다는 사실만 갖고 '당시 명함을 받아서 그 명함에 적힌 번호를 저장한 것'이란 결론을 추측한 게 아니냐. 심지어 이 부회장의 명함에는 휴대폰 번호가 없다"고 추궁하자 안 전 비서관은 "그건 기억 안난다"고 한발 물러섰다.

안 전 비서관의 생각과 달리 이 부회장 명함에는 개인 휴대폰 번호는 기재돼 있지 않다는 것이 삼성 측 주장이다. 앞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역시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명함을 받았지만 휴대폰 번호가 없어 버렸다면서 "나는 원래 휴대폰 번호가 안적힌 명함은 버린다"고 증언한 바 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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