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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돌고래 금등·대포, 죽음의 방류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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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다로 돌아간 지 5개월… 단 한 차례도 목격되지 않아

동물원에서 19~20년간 생활… 야생적응 못해 폐사 가능성

동해·일본으로 건너갔을 수도

'금등이와 대포는 어디로 갔을까?'

지난 7월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금등이(25~26세·수컷)와 대포(23~24세·수컷)가 다섯 달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

지난 7월 18일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대포가 바다로 나가기 전 가두리장에서 헤엄을 치고 있다.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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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에서 20년 가까이 돌고래쇼를 했던 둘은 지난 7월 18일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앞바다에서 두 달간의 현지 적응 훈련을 마치고 방류됐으나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목격되지 않았다. 금등과 대포는 방류 당시 각각 6번과 7번이라는 식별 번호를 등지느러미에 새겼다. 포획됐다가 야생으로 돌아가는 6, 7번째 돌고래라는 뜻이다. 그동안 남방큰돌고래들은 방류된 지 2~3주 안에 야생에 적응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2013년(제돌, 춘삼, 삼팔)과 2015년(태산, 복순) 방류된 남방큰돌고래들은 5∼16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방류된 돌고래들에게는 위성항법장치를 달았으나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만 추적이 가능해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금등이와 대포에게는 달지 않았다. 서울대공원의 돌고래 방류는 2012년 동물보호단체가 '불법 포획된 제돌이를 풀어줘야 한다'며 서귀포시 돌고래쇼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해 3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판결과 상관없이 제돌이를 방류하겠다고 밝혔다. 이듬해 제돌이를 시작으로 서울대공원의 모든 남방큰돌고래가 야생으로 돌아갔다.

금등·대포와 앞서 방류된 돌고래들의 차이점은 동물원에서 보낸 기간이다. 제돌(1540일), 춘삼(1487일), 삼팔(1137일), 복순(2258일), 태산(2203일)은 동물원에 반입된 지 4~6년 만에 바다에 방류됐다. 하지만 금등이와 대포는 동물원에서 19~20년간 지내며 공연에 동원됐다. 이 때문에 둘을 방류할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다. 금등과 대포의 나이는 사람으로 치면 50세 정도다. 일부에서는 사육한 지 오래돼 야생성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금등이와 대포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거나 폐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다. 남방큰돌고래 방류 작업에 참여해왔던 김병엽 제주대 교수는 "제주 해안 2㎞ 안팎을 주로 헤엄쳐 다니는 남방큰돌고래는 폐사하게 되면 해류를 타고 뭍으로 떠밀려오게 되는데 현재까지 금등이와 대포로 추정되는 돌고래 사체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살아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 교수는 "돌고래들이 자신이 살던 지역을 이탈해 수백㎞ 떨어진 다른 지역에서 발견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최근 동해안으로 이동한 방어떼를 따라 동해안으로 갔을 수도 있고, 일본으로 건너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폐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방류된 돌고래들은 익숙한 해안선 인근에 머물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점차 멀리 이동하게 된다"며 "방류된 이후 단 한 차례도 발견되지 않은 돌고래들이 제주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공원 측은 "방류 후 제주대와 협력해서 모니터링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오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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