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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왁자지껄 이 뉴스] '잘생기다' '잘나다'… 형용사 아니라 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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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품사 변경 논란 "오히려 혼란 키울까 우려"

"참 나, '잘생기다'가 동사면 '잘생겨라' '잘생기자'도 맞겠네. 성형수술의 가능성을 너무 열어두신다." "'잘생겼다'는 생겨난 게 잘 되었다는 동사 표현인데 형용사라고 우기는 사람들은 뭐냐?"

네티즌 사이에서 품사(品詞)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국립국어원이 지난 1일 공개한 3분기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이었다. 국립국어원은 '효과(效果)' '교과(敎科)'의 발음으로 '효꽈' '교꽈'를 추가로 인정하고, '미망인(未亡人)'은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이렇게 부르는 것은 실례가 된다는 내용을 사전 각주에 추가했다. 이와 함께 '잘생기다' '못생기다' '잘나다' '못나다' '낡다'의 품사를 형용사에서 동사로 변경했다.

국립국어원은 품사 변경의 이유에 대해 "한국어에서 A와 B의 두 요소가 결합해 복합어를 이룰 때 뒤에 있는 B요소의 품사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잘생기다' '잘나다'는 B요소가 '생기다' '나다'라는 동사이기 때문에 동사가 된다는 것이다. 또 "형용사의 어간에 '-었-'이 결합하면 과거의 뜻을 나타내는데, '-었-'이 결합된 '잘생겼다' '잘났다'는 모두 과거가 아닌 현재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형용사가 아닌 동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동사'가 '사물의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품사', '형용사'가 '사물의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품사'라는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와 맞지 않는다며 "'잘생기다'는 동사가 아닌 형용사"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상규 전 국립국어원장은 "이렇게 특정 단어의 품사를 변경하는 것은 동사와 형용사의 구분을 오히려 모호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국가기관이 국어대사전 수정을 통해 국어 문법을 바꾸는 일에 나서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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