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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이슈+] 추측만 무성…신생아 4명이 숨진 목동병원서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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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병원 신생아 4명 의문의 사망 / 오후 5시부터 수차례 심폐소생술 / 현장 감식 당시 의사·간호사들 “왜 숨졌는지 모르겠다” 진술도 / “전염병 가능성 없어”… 괴사성 장염·폐질환 등 추측만 무성 / 인터넷선 “평소 출입통제 안 돼” / 유족 “언론에만 브리핑” 항의

세계일보

서울 이화여대 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신생아 4명이 갑자기 잇따라 숨지는 일이 발생, 원인을 놓고 각종 의혹이 일고 있다.

이대목동병원은 보건소, 경찰 등 관계기관과 사망원인 규명에 나섰지만 아직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사망 경위와 관련해 다양한 추측을 낳고 있으나 정확한 원인은 경찰의 수사가 끝나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신생아 의문의 집단 사망

17일 이대목동병원과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처음 심정지가 발생한 건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1개월2주 된 A군부터였다.

A군은 16일 오후 5시44분부터 오후 6시4분까지 1차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후 잠시 나아진 듯했으나 다시 오후 8시12분부터 오후 10시10분까지 2차 CPR를 받던 중 숨졌다. 그 사이 24일째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B양이 오후 7시23분부터 오후 9시32분까지, 1개월1주째 입원 중이던 C군이 오후 9시부터 오후 10시31분까지 심폐소생술을 받다가 사망했다. 입원한 지 9일밖에 안 된 D양 역시 오후 9시8분∼10시53분 두 차례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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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오후 11시7분쯤 경찰112로 “아이가 2명 이상이 죽었다. 심폐소생술을 4명의 아이가 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투여약물을 모두 수거하는 등 1차 감식을 진행했다. 이때 긴급조치를 담당한 의사 1명, 당직 간호사 4명은 경찰조사에서 “왜 숨졌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목동병원 김한수 홍보실장은 이날 오후에 열린 긴급브리핑에서 “사망 원인에 대해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염병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아니다”고 단언했고, 경찰 신고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심정지는 병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심정지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 주무관처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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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양천구 이화여대 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로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이재문 기자


◆사망원인 두고 각종 의혹 제기

신생아 집단사망 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숨진 신생아들은 모두 미숙아로 신생아중환자실 내에서도 특히 상태가 안 좋아 병원 측은 같은 구역 내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일부에선 신생아중환자실에 최근 괴사성 장염으로 수술받은 아이가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괴사성 장염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또 인터넷 육아카페를 중심으로 이대목동병원에선 부모가 미숙아를 직접 안을 수 있고 출입통제가 잘 안 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대목동병원 측은 “보호자만 면회시간을 정해 만날 수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산부인과 관계자는 “미숙아를 직접 안아 드는 것은 아이의 폐에 무척 좋지 않다”며 “미숙아를 보는 것만 하려고 해도 의료진은 옷과 신발, 마스크, 소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소공급기 오작동 혹은 폐가 망가져서 장이 괴사했을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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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병원장 이화여대 목동병원 정혜원 병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17일 오후 전날 발생한 신생아 4명 사망사건과 관련해 긴급 언론 브리핑을 한 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이재문 기자


다른 대학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는 “사망한 아기들이 한 구역에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해당 구역 담당 간호사가 투약 실수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의 대응 미숙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긴급브리핑에서 숨진 아이의 아빠라고 밝힌 한 유족은 “왜 유가족한테는 연락하지 않고 언론 브리핑을 하느냐”며 “추후에 유가족을 우선순위에서 밀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이대목동병원에서는 이전에도 영아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해 문제가 됐다. 지난 9월 5개월 영아에게 투여한 수액에서 날벌레가 나왔고, 지난해 7월에는 신생아중환자실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결핵 확진판정을 받기도 했다.

김범수·김희원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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