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심층기획] 정치권 '개헌 드라이브' 본격화… 핵심 쟁점은 '대통령제'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당 급제동 전까지는 진척 / 초안 작성용 최종 보고서 작성 / 정세균 “이제 결단만 남아” 강조 / 정쟁 해소 땐 실타래 풀릴 수도

세계일보

1987년 10월 제6공화국 헌법이 공포된 지 30년이 지났다. 역대 정부마다 ‘1987년 체제’를 교체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졌고,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임기 중 개헌을 추진 중이다.

19대 국회에서는 여야 합의로 구성한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개헌 논의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올해 예산정국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개헌론에 급제동을 걸기 전까지 개헌특위는 상당 부분 여야 간 이견을 좁히고 초안 작성에 필요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둔 상태였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17일 “개헌을 하기로 결단하면 일주일만 협상해도 가능하다”며 “결단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여야 간 정쟁만 해소된다면, 개헌 논의의 쟁점들은 쉽게 풀릴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일보

◆개헌 최대 쟁점 대통령제는 여전히 평행선

개헌 논의의 최대 쟁점은 정부 형태를 포함한 권력구조 개편 문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선에서 ‘4년 중임제’ 등을 통해 대통령의 임기와 권한을 조정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의원내각제 요소를 부분적으로 반영한 혼합정부제(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원집정부제 중에서도 대통령은 외치, 국회 다수당 대표나 국무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일보

국민의당은 지난 대선 당시 6년 단임을 기본으로 하되, 권한을 나누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시한 바 있다. 개헌특위는 별도의 소위원회까지 꾸려 권력구조 문제 협상에 매진했지만 타협점을 찾지는 못했다. 소위는 지난 6일 특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돼온 권한을 분산해 권력이 남용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분권과 협치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도 “우리나라의 현실에 부합하면서 분권과 협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부 형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중심제, 이원정부제, 내각책임제의 주요 내용과 장단점만 보고하는 데 그쳤다.

대통령 권한과 관련한 나머지 쟁점들도 상당수 보류된 상황이다. 인사권을 포함한 대통령의 권한 축소 문제와 국무총리의 역할 등 행정부의 집행 범위, 양원제 도입과 국회의원 정수 조정 등 입법부의 권력 개정 문제가 사실상 정부 형태와 맞물려 있어서다. 예를 들어 대통령제에서는 5000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대통령의 인사권과 공무원 임면권 대상에 대한 세부 조정이 필요하지만, 이원정부제나 내각제를 도입할 경우 형식적 임면권만 행사하는 쪽으로 논의 방향이 대폭 수정될 수밖에 없다. 국회를 상원과 하원으로 나누는 문제도 정부 형태를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 실효성 자체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일보

◆이견 줄여가는 헌법전문·기본권 조항

현행 헌법 전문에는 3·1 운동과 4·19 민주이념의 정신을 포함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을 중심으로 5·18 민주화운동과 6월 민주화 항쟁, 부마민주항쟁, 최근의 촛불혁명 등 역사적 사건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수도가 서울이라는 점을 ‘관습헌법’으로 판결한 사례가 있는 만큼 수도의 개념과 지역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세종시의 행정수도 지위를 부여하는 것과 맞물려 충청권에서 힘을 받고 있지만, 굳이 헌법에 명시할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세계일보

현행 헌법전문.


세계일보

개헌특위에서는 여야가 상당 부분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기본권 조항 위주로 개정 작업을 추진 중이다. 우선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변경하는 데는 의견 일치를 본 상태다. 개헌특위는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변화된 시대적 가치를 감안해 국민의 안전권과 함께 보건권, 정보기본권, 소비자의 권리 등을 신설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평등권 조항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양성평등’ 용어를 ‘성평등’으로 고치는 것은 보수야당이 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동성혼이나 동성애 합법화 움직임을 야기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일제 잔재라는 이유로 ‘근로(자)’를 ‘노동(자)’로 바꾸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국당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시·도지사들이 전남 여수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각 지역 마스코트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각론 엇갈리는 지방분권·재정 분야

지방분권 분야에 대해서는 개헌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 모두 총론에는 공감하고 있다.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국가 형태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론을 놓고 여야 내부에서도 이견이 새어나오고 있다. 특히 지방세 조례주의 도입 등에 대해선 전문가 그룹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개헌특위 내 자문위원회는 “정치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가 합의한 부분이나 이견을 좁힌 부분까지만 개헌안에 포함하고, 합의가 어려운 부분은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개헌특위에서는 지방분권의 수준을 놓고 현재 지방자치단체 형태에서 지방권력을 강화한 ‘지방자치 강화형’과 법률에 준하는 조례권, 재정·집행권을 부여하는 ‘광역지방정부형’, 완전한 독립성을 기반으로 한 ‘연방정부형’ 등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세계일보

예산의 목적, 내용, 구체적 집행기준을 명시하는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하는 문제와 현행 헌법에 정부 동의 없이 국회가 예산을 증액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을 수정하는 문제는 여야 간 입장차가 크게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예산과 재정운용에 대한 지나친 경직성을 우려하는 의견이 일부 제기되면서 최종 합의는 이루지 못한 상태다.

개헌특위는 현행 대통령 소속의 감사원에 중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통된 견해를 갖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을 국회로 이양하거나 회계검사권, 직무감찰권을 분리해 각각 다른 기관이 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