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2 (목)

美 ‘망 중립성’ 폐기…국내로도 ‘불똥’ 튀나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터넷 생태계 전반 위협” 우려 … 이통사는 내심 반색 / 인터넷기업協 “혁신 의지 꺾어” / FCC 결정 악영향 미칠까 촉각… 과기부선 ‘기존 정책 불변’ 입장 / 통신업계, 공식 언급 안 하지만 5G 상용화 계기로 거론 가능성 / “대형 인터넷기업 호재” 분석도

세계일보

미국의 ‘망 중립성’ 폐기에 대해 현지 인터넷 업체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국내 인터넷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국내 상황과는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향후 5G 상용화 등과 맞물려 국내에서도 망 중립성에 대한 논의가 불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가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17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망 중립성 폐지 결정이 전 세계 인터넷에 미칠 영향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협회는 이날 성명에서 “망 중립성 원칙 폐기라는 FCC의 결정은 그간 이루어온 인터넷 기업들의 혁신과 향후 산업을 주도할 스타트업의 의지를 꺾어 인터넷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망 중립성 원칙은 향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 스타트업들의 탄생과 성장을 이끌 기반”이라며, 망 중립성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FCC는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망 중립성 원칙을 담아 만든 ‘오픈 인터넷 규칙’을 표결을 거쳐 폐기했다.

세계일보

망 중립성은 인터넷서비스 제공자(ISP), 즉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통신사업자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그 내용·유형·기기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망 중립성이 폐기되면, 통신사업자가 구글 검색이나 유튜브, 네이버 등 특정 서비스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제한 또는 조정할 수 있게 된다. ISP가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추가적인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

현재 망 중립성과 관련한 국내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망 중립성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이 계속 유지될지 국내 인터넷 업체들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망 중립성 원칙이 전 세계에 기준처럼 작용했던 만큼, 향후 세계 각국에서 비슷한 논의가 불붙을 가능성이 있다. FCC 발표 후 유럽연합(EU)이 망 중립성 원칙 고수 입장을 밝혔지만, 독일소비자단체연맹(VZBV)의 클라우스 뮐러 회장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유럽에 즉각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차츰 간접적으로 체감하게 될 것”이라며 상황 변화를 예고했다.

개인 입장임을 전제하기는 했지만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6일 방통위 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트래픽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업체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망 중립성의 수정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FCC 결정 발표 이후 “우리나라의 망 중립성 규제 현실은 매우 허약하다”며 통신사가 저가요금제에서 인터넷 음성전화 서비스인 ‘m-VOIP’를 제한한 데 대해 법원이 법률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을 한 사례를 들었다. 오픈넷은 “통신사의 자의적인 차별행위를 보다 분명히 금지하기 위한 망중립성 강화법이 발의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이해 당사자인 국내 통신업체들은 반발을 의식한 듯 공식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지만, 내심 FCC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통신업계는 5G 상용화와 맞물려 망 중립성 문제를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일례로 자율주행차의 경우 항상 안정적으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다른 서비스의 과도한 트래픽이 발생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망 중립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망 중립성이 폐기 된다고 해도 대형 인터넷기업이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인터넷 신문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망 중립성 폐기는 페이스북·구글·아마존과 같은 엄청난 재력을 지닌 빅 인터넷 회사들에는 좋은 소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힘이 막강해진 대형 IT(정보기술) 기업들은 오히려 더 좋은 조건으로 통신업체와 계약을 맺을 수 있고, 설령 데이터 가격이 비싸진다고 해도 신규 IT 기업의 진출을 막아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