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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의 시작”…건국절 논란에 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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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충칭 청사 방명록에 글 / 건국절 논란 쐐기… 보수야당 반발 / 항일유적 복원사업 재개 합의도

세계일보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6일 오전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찾아 김자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사업회장 등 독립유공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의 뿌리입니다. 우리의 정신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중국 충칭(重慶)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방명록에 이 같은 글을 남겼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만나서는 “우리는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에 임시정부를 수립한 1919년을 기준 삼아 내후년을 ‘건국 100주년’으로 기념하겠다고 밝힌 8·15 경축사 때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건국절 논란에 이같이 쐐기를 박자 남한에 이승만정부가 들어선 1948년을 건국으로 봐야 한다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권이 거세게 반발했다.

문 대통령은 3박4일간의 중국 국빈방문 일정 마지막 날인 이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충칭 임정 청사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여기 와서 보니 우리 선열들이 중국 각지를 떠돌며 항일 독립운동에 바쳤던 피와 눈물, 혼과 숨결을 잘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충칭 임정을 이끈 백범 김구 선생 흉상 앞에 흰색 장미와 국화를 헌화하고 묵념했다. 김구 선생이 쓰던 ‘주석 판공실’을 둘러보면서는 책상 뒤 작은 침대를 한동안 어루만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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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충칭 연화지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해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왼쪽). 오른쪽 사진은 1945년 11월 3일 환국 20일 전 청사에서 기념 촬영하는 임시정부 요인들.


이후 문 대통령은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서기와 오찬을 함께하며 충칭의 독립운동 유적지 중 하나인 ‘광복군 총사령부터’ 복원사업 재개에 합의했다. 지난 14일 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함께 만찬장으로 걸으며 “그동안 중국 내 항일유적 복원사업도 중단됐다”며 “시 주석이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시 주석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답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천 서기와 충칭 시장은 문 대통령에게 “즉각 복원하겠다. 설계도 나와 있고 터도 확보했다”고 답했다. 천 서기는 “충칭시는 중·한 관계 우호협력을 위해 특별한 역할을 하겠다”며 “충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57세의 천 서기는 최근 19차 당대회에서 정치국원으로 승진하며 유력한 차기 주자로 거명되는 인물이다. 충칭시는 15일 밤 12시 가까운 시간에 도착한 문 대통령과 수행단이 야경을 감상하며 이동할 수 있도록 평소 밤 10시면 소등하는 불빛을 계속 켜 놓았으며, 문 대통령 경호를 위해 임정 청사 뒤쪽 아파트에 소개령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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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공장 방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중국 충칭시 현대자동차 제5공장을 방문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앞줄 오른쪽)과 함께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충칭=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충칭시에 있는 현대자동차 제5공장을 방문해 한·중 양국 직원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북경현대차가 대외적인 어떤 요인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해소됐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방중 마지막 일정으로 충칭 현지 교민 대표들을 만나서는 “이제 어려운 시기는 지나가는 것 같다”며 “앞으로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성숙하고 견고한 한·중 관계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건국 100주년’ 발언에 자유한국당은 반발했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임시정부도 중요하고 건국도 중요하다”며 “어느 한쪽의 강조가 다른 한쪽의 역사적 의미를 폄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왜 대통령이 지난 김대중정부, 노무현정부 때도 인정했던 대한민국 건국 시점을 논쟁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유태영 기자, 충칭=박성준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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