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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정권교체 후에도 여전한 '연수원 13기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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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소장·황교안 총리 퇴진 후에도 감사원장 후보·헌법재판관 배출

박근혜정부를 거치며 절정에 이른 사법연수원 13기 출신 법조인들의 ‘관운’이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연수원 13기는 법조인을 뽑는 사법시험 정원이 처음 300명을 돌파한 지난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 합격자들이 주축으로 오랫동안 법조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아온 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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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왼쪽)와 유남석 헌법재판관


국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를 상대로 오는 21일 인사청문회를 연 뒤 임명동의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인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임명동의안에 따르면 최 후보자는 사법연수원을 13기로 수료하고 1986년 옛 서울지법 동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전지법원장, 서울가정법원장 등을 거쳐 사법연수원장으로 재직하는 도중 감사원장 후보자로 발탁됐다.

최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유남석 재판관도 연수원 13기다. 현재 국무위원(장관)급 이상 공직에 재직 중인 연수원 13기 출신 인사로는 유 재판관 외에도 김창석·조희대 대법관이 있다. 김 대법관은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의해, 조 대법관은 2014년 3월 박 전 대통령에 의해 각각 임명됐다. 최 후보자가 국회 검증대를 통과해 정식으로 취임하면 관가 및 법조계의 ‘연수원 13기 파워’는 한동안 더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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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국무총리(왼쪽)와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


연수원 13기 출신 법조인들의 관운은 박근혜정부에서 정점을 찍은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2011년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던 황교안 전 고검장이 2013년 박근혜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에 가용되더니 2015년에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란 국무총리로 올라섰다. 지난해 12월 박 전 대통령이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권한이 정지된 뒤로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올해 5월10일 문 대통령이 당선될 때까지 사실상 한국의 국가원수 역할을 수행했다.

2010년 서울동부지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던 박한철 전 검사장은 이듬해인 2011년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데 이어 2013년에는 박 전 대통령에 의해 재판관 출신 및 검찰 출신으로는 처음 헌재소장에 임명됐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발탁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심리가 한창이던 지난 1월31일 임기만료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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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창석·조희대 대법관, 한상대 전 검찰총장,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이처럼 박 전 헌재소장과 황 전 국무총리가 퇴진하면서 끝나는 듯했던 ‘연수원 13기 파워’가 새 헌법재판관 임명, 그리고 새 감사원장 후보자 지명 등으로 명맥을 이어가는 셈이다. 이미 공직을 그만둔 13기 출신 인사로는 둘 외에도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한상대 전 검찰총장, 최성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상 장관급), 이완수 전 감사원 사무총장, 정선태 전 법제처장, 황희철 전 법무부 차관(이상 차관급) 등이 더 있다.

연수원 13기는 사시 정원이 처음 300명을 넘어선 1981년 23회 사시 합격자들이 주축이다. 전년보다 2배가량 많은 267명이 수료해 그중 101명이 판사, 100명이 검사로 각각 임용됐다. 12기까지는 연수원 수료와 동시에 바로 변호사 개업을 하는 사례가 매우 드물었으나 13기는 무려 66명이 수료 직후 변호사로 나서 법률시장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이미 연수원 13기 출신에서 대법관이 2명 나와 향후 대법관을 추가로 배출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법원은 최완주 서울고법원장, 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 서울가정법원장을 지낸 여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장을 지낸 김문석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실력과 경륜을 겸비한 연수원 13기 판사들이 아직 여럿 남아 있어 국가인권위원장, 헌법재판관 등 사법부 밖 다른 공직으로 진출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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