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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VR 속 내 음주 추태… '으악. 술 끊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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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평소 술만 먹으면 부인을 때리는 A씨. 결국 가정폭력 혐의로 입건돼 법원에서 6개월간 보호관찰 명령을 받았다. 2018년 1월 서울보호관찰소에 출석한 A씨에게 담당 보호관찰관은 “알코올 치료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새로 도입된 가상현실(VR) 치료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VR 치료에 어지럼증을 느끼는 등 부작용은 없는지 간단한 테스트를 거쳐 A씨를 상대로 6개월간 월 2회, 총 11차례의 알코올 중독 VR 치료가 시작됐다.

VR 속에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5%의 만취상태가 되었다. VR 기기를 착용한 A씨는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고 술로 인해 가정불화는 물론 직장 내 스트레스까지 겪자 그만 몸서리를 쳤다. 프로그램은 음주를 유발하는 각종 상황에서의 음주 거절 훈련, 음주 후 구토 등을 통해 음주에 혐오감을 느끼는 치료로 이어졌고 마침내 A씨는 금주에 성공한 뒤 느끼는 행복감까지 체험하며 총 6개월의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A씨는 보호관찰소 측에 ‘술을 끊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2018년 1월부터 시행하는 알코올 중독 범죄자 가상현실(VR) 치료 프로그램 시행을 앞두고 지난 15일 오후 서울보호관찰소 내 VR 치료실에서 치료 시연이 이뤄지고 있다. 법무부 제공


이는 내년 1월 시행에 들어가는 알코올 중독 보호관찰 대상자들의 VR 치료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가상의 사례를 든 것이다. 법무부는 가정폭력 등 주취 상태에서의 범죄로 법원에서 보호관찰 등 치료 명령을 받은 이들을 상대로 내년부터 보호관찰소에서 VR 치료를 실시한다고 17일 밝혔다.

법무부는 VR 치료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지원을 받았다. ㈜메딕션컨소시엄이 프로그램 개발을 맡아 지난달 ‘알코올 중독 범죄자 VR 치료 프로그램 사업’을 완료했다.

사업의 주요 내용은 △VR 기반의 알코올 중독사범 치료 콘텐츠 개발 △알코올 중독 사범 치료를 위한 사용자·운영자 소프트웨어 개발 △수강집행센터가 설치된 거점 보호관찰소 10개소의 치료실 구축 등이다. 거점 보호관찰소 10곳은 서울·서울남부·의정부·인천·수원·대전·부산·대구·광주·창원보호관찰소를 뜻한다.

VR 치료는 알코올 문제로 법원으로부터 보호관찰, 수강명령, 치료명령을 선고받은 대상자 중 고위험 알코올 중독 대상자 약 5000명에게 우선 적용된다. 효과가 입증되면 적용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보호관찰 대상자는 연간 약 10만명인데 그중 음주운전, 가정폭력, 폭력, 공무집행방해 등 알코올 관련 문제로 범죄를 저질러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대상자는 약 2만명에 이른다.

법무부에 따르면 VR 치료는 △알코올 중독 보호관찰 대상자에게 가상 음주운전 등 고위험 상황 체험 △알코올에 대한 거절 훈련 및 구토 등 혐오 치료 △위기상황 대처 훈련 △금주 성공 체험 등 총 11회로 구성된다. 반복 치료를 통해 금주를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부부싸움이나 직장 내 스트레스, 술자리에서 생길 수 있는 폭력 상황 등에서 심박수 변화를 확인, 대상자가 분노를 조절함으로써 재범에 이르지 않도록 치료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VR 치료는 가상현실의 장점인 몰입·체험형 콘텐츠를 직접 활용하여 치료함으로써 주취 범죄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2018년에는 마약사범 등에 대한 VR 치료 콘텐츠를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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