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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100년만에 동맹 부활? 영국-일본 군사 협력 급속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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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내년 일본에서 영국군-육상자위대 첫 연합훈련

영국 최신예 항공모함과도 공동 훈련 실시 검토

일 외상 “영국의 수에즈 동쪽 복귀 크게 환영”

영 외무 “영·일은 위대한 해양국가, 같은 가치관”



영국과 일본이 급속하게 군사적으로 밀착하고 있다. 효력을 상실한 지 100년이 다 돼가는 영-일 동맹의 부활 징조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영국과 일본은 14일 런던에서 외무·국방장관 회담(2+2 회담)을 열고 내년에 일본에서 영국군과 일본 육상자위대가 연합훈련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육상자위대가 미국 이외의 나라와 일본 땅에서 본격적인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 장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에 최대한의 압력을 가할 것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유지를 위한 협동 △연합군사훈련 정례화 △공동 개발 중인 공대공미사일 조기 제작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영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관여와 수에즈(운하) 동쪽 복귀를 크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영국과 일본은 위대한 해양국가로 같은 가치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 협력은 지난해부터 급속히 진전됐다. 지난해 7월에는 일본 항공자위대가 공중급유기를 영국에 파견했고 같은 해 10·11월에는 영국 공군 전투기 타이푼이 일본 상공에서 자위대와 첫 연합훈련을 했다. 올해 1월에는 탄약 제공을 포함한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체결했다.

한겨레

이달 7일 취역한 영국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호.


내년에 해상 연합훈련도 예정돼 있다. 영국이 내년에 태평양에 전개할 예정인 전함 아가일과 서덜랜드가 해상자위대와 함께 훈련할 예정이다. 영국은 새로 건조한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를 남중국해 등 태평양에 파견할 뜻을 밝혀왔는데, 일본은 영국 항모와 해상자위대의 연합훈련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이 영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는 북한 포위망 강화와 중국 견제라는 포석이 깔려 있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 자체가 중국 견제 성격이 있다. 일본은 미-일 동맹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영국과도 준동맹국 관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영국은 1968년 중동에서 철군을 선언한 이래 기본적으로 유럽 안쪽에 머물러왔다. 하지만 2015년 바레인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등 최근 수에즈 운하 동쪽으로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31억파운드(약 4조5000억원)를 들여 건조한 항공모함을 태평양에 전개하는 것은 아시아에 군사적으로 재진출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군사 협력 강화는 결국 중국과 러시아 견제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두 나라는 1902년 러시아의 남하를 견제하려고 영-일 동맹을 맺었으며, 이는 1923년까지 유지됐다. 일본에서는 영국이 유럽연합(EU) 이탈을 결정한 뒤 고립을 피하기 위해 자국에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사 협력 강화가 과거의 영-일 동맹 수준으로 격상될지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영국에서 보수당 정권이 무너지면 경제적 관계를 고려해 중국에 대한 접근을 강화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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