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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톡톡TALK] ‘임대사업자 등록 효과’ 뻥튀기한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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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신규 매입 상정해 절세 계산

양도세도 포함시켜 효과 부풀려

매매 안하는 사업자엔 혜택 작아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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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주택을 세 채 보유하고 있는 A씨는 두 채(전용면적 각각 84㎡, 59㎡)에서 연간 2,000만원의 임대소득을 올리고 있다. A씨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을 경우 매년 1,205만원 꼴로 세금을 내야 하지만 임대 등록을 하면 270만원만 내면 된다. 연간 935만원을 절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3일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제시한 시뮬레이션 결과입니다. 그러나 국토부가 효과를 부풀리기 위해 너무 작위적인 시뮬레이션을 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우선 국토부는 A씨가 주택을 신규 매입해 취득세를 내는 것으로 상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임대등록 활성화 방안은 기본적으로 기존 다주택자들의 임대사업자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입니다. 주택을 새로 살 일이 없는 만큼 취득세를 낼 일도 없습니다. 특히 주택을 팔 경우에 물게 되는 양도세까지 절세 효과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를 위해 과거 10년간 서울의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인 2.5%를 감안해 8년 동안 주택 가격이 20% 상승할 것으로 가정해 양도세를 계산했습니다. 그러나 임대 사업자가 주택을 팔지 않는다면 양도세를 낼 일도 없습니다.

취득세와 양도세를 제외하고 같은 기준에서 국토부의 시뮬레이션을 다시 돌린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A씨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세부담은 매년 1,205만원이 아닌 529만원으로 크게 떨어집니다. 반면 등록을 할 경우 세부담은 270만원이 아닌 154만원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됩니다. 결국 A씨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했을 경우 연간 절감할 수 있는 세부담은 935만원이 아닌 375만원으로, 당초 국토부 발표 금액보다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연간 300여만원 절세 효과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인하기엔 너무 부족해 보입니다. 국토부가 극단적 상황을 가정해 절세 효과를 ‘뻥튀기’하게 된 배경으로 풀이됩니다.

국토부가 발표한 절세 효과가 크게 줄어들면서 임대사업자 전환 ‘유인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버티는 게 세원도 노출되지 않고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다주택자들은 절세 효과 보다는 집값 상승 가능성에 따른 향후 이익에 더 민감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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