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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엄마 살뜰히 챙기던 착한 아들이었는데”…철도사고 유가족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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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온수역 철도사고 사망자 유가족 인터뷰]

넉넉하진 않았지만 두 아들 덕에 행복했는데…

“엄마 걱정하며 밥까지 차려둔 착한 아들”

“위험한 일인 줄 알았다면 말렸을 것”



한겨레

14일 오전 서울 구로구 온수역에서 선로 옆 배수로 작업을 하다 숨진 전아무개(35)씨가 사고 당시 신고 있었던 작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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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준 타이즈 입으면 따뜻해.”

14일 새벽, 빨아둔 작업복이 채 마르지 않아 엄마가 사준 타이즈에 털바지를 입고 집을 나선 아들의 뒷모습이 마지막이었다. 이날 지하철 1호선 온수역에서 선로 옆 배수로 작업을 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일용직 노동자 전아무개(35)씨의 어머니 이아무개(63)씨는 “추우니까 밖에서 일하는 게 항상 걱정이었는데…”라며 연신 축축한 손수건을 눈가로 가져갔다. 서울 구로구 구로성심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아들의 빈소에서 이씨는 넋을 잃고 고인이 된 아들의 영정만 바라봤다.

이씨는 6년 전 남편을 암으로 먼저 떠나보내고 두 아들과 함께 살아왔다고 한다. 넉넉하진 않은 형편이지만 주위에서 “두 아들 보고 있으면 밥 안 먹어도 배부르겠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애틋한 세 식구였다. 전씨는 중소기업에 몸담아 일하다가 불경기에 일이 잘 풀리지 않자 2011년부터 일용직 노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들은 성실하고 꼼꼼하기로 유명한 일꾼이었다고 한다. “아들이 워낙 일을 잘하니까 인력시장에 굳이 안나가도 섭외 전화가 올 정도로 찾는 곳이 많았어요. 집에 오면 현장 소장이 다음에 또 오라고 돈 몇 만원 더 찔러줬다고 자랑도 자주 했죠.” 듬직한 아들 생각에 이씨의 입가에 잠시 미소가 걸렸다.

엄마는 일용직 특성상 아침 일찍 일을 나가 오후 3, 4시면 퇴근하는 아들이 ‘알뜰한 살림꾼’이었다고 기억했다. “엄마가 늦게까지 일한다고 빨래에 밥까지 싹 해두고 기다리던 착한 아들이에요. 흙 묻은 자기 작업복도 일일이 손빨래하고 김치찌개도 맛있게 끓이고….” 이씨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대형마트 직원식당에서 일하는 이씨는 이날 아침 9시께 출근을 위해 버스를 기다리다가 119 구급대원의 전화를 받았다. 둘째 아들이 다쳐서 병원으로 후송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얼마나 다쳤냐고 묻는데 대답을 안하더라고요. 놀라서 큰아들 불러서 병원으로 왔는데 병원에 전○○이라는 환자가 없다는 거예요.” 이씨는 두번 세번 확인한 끝에 둘째 아들 이름을 영안실에서 찾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전씨의 어머니는 “전씨가 선로작업을 하러 나가는 줄 몰랐다”며 “위험한 작업인 줄 알았으면 미리 말렸을 것”이라고 탄식했다. 이씨는 항상 밖에서 일하는 둘째 아들을 걱정했다고 한다. “아들이 평소에는 커피 공장에 커피를 나르거나, 빌라 짓는 건설 현장에 나갔어요. 열차 얘기를 했으면 못가게 했지.” 이씨가 흐느끼며 가슴을 꾹꾹 눌렀다. 작업하다 숨진 이날은 전씨가 온수역 선로작업을 나간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전씨의 빈소는 형과 어머니, 작은아버지와 사촌 형만이 자리를 지켰다. 전씨의 발인은 16일 아침 8시. 장지는 인천가족공원이다.

글·사진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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