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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삼성전자 주력 사업, 내년이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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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추격에 스마트폰·TV 고전… 마땅한 성장 동력도 안 보여

스마트폰 점유율 세계 1위지만

내년 7년 만에 10%대 기록할 듯

TV 생산량 7~8% 줄어들고

반도체 경기도 내년 꺾일 가능성

AI·음성인식·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에서도 '추격자' 신세

조선일보

중국 상하이의 한 스마트폰 매장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중국 업체들의 거센 도전 속에 시장 지배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 ([GIJA] 조재희 기자 joyjay@chosun.com[/GI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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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스마트폰은 내년도 세계 시장점유율이 7년 만에 10%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TV 부문에서는 내년도 생산량이 올해보다 7~8%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TV가 내년에도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1위를 유지하더라도 성장세는 한풀 꺾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품 사업 역시 미국 인텔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른 반도체는 당분간 순항하겠지만 디스플레이 부문은 중국의 거센 도전 속에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뚜렷한 미래성장 동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이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야에서는 구글과 아마존 등 선두그룹에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삼성이 TV에서는 소니, 휴대폰에서는 노키아를 제치며 세계 시장을 선도해 왔지만, 이제 이들 산업이 정체기를 맞은 가운데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 중국 업체들의 도전에 삼성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며 "대규모 M&A(인수·합병)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새 먹거리도 보이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위기 징후 보이는 스마트폰, TV

14일(현지 시각)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판매량 기준 스마트폰 시장 1위 삼성전자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1.4% 줄어든 3억1530만대를 판매하며 점유율이 19.2%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20% 아래로 내려가기는 미국 애플을 제치고 첫 1위를 기록한 2011년(19.9%) 이후 처음이다.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미국 시장에서는 애플에 밀리고, 중국·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는 화웨이·오포·비보·샤오미 같은 중국 업체들에 점유율을 뺏기는 샌드위치 신세에 빠진 탓이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중국에서 현지 업체들에 밀리며 시장 점유율이 2%로 급락했고 세계 2위의 스마트폰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 시장에서도 2위 샤오미에 소수점 차이로 추격을 허용했다. 정옥현 서강대 교수(전자공학)는 "신흥 시장에서는 대만 미디어텍의 저가 반도체를 쓴 중국과 현지 업체의 공세가 거세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세계 1위를 지켜온 TV 시장에서도 전략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2014년 5300만대까지 확대됐던 삼성전자의 TV 판매량은 올해는 4300만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13일 수원 본사에서 열린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는 고가 제품에 집중하며 내년도 목표량을 4000만대 선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등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과 기술 격차가 거의 사라지면서 저가 부품을 채택한 중국 업체들에 시장을 내주고 있는 것이다.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는 반도체 역시 D램과 낸드플래시가 내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구글·아마존의 추격자 될 것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빅데이터 같은 미래 기술에서는 다시 추격자(fast follower)로 전락할 것이라는 평가다. 미국 IT 시장조사업체 ABI 리서치는 이달 초 삼성전자와 애플·구글·아마존 등 10개 글로벌 IT 기업의 특허와 연구개발(R&D) 투자, M&A 현황 등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스마트 기기 시장에 새로운 혁신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지만 삼성전자·애플 등은 미래 혁신을 이끌어갈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AI 스피커 등 음성 인식 기기가 미래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터치 기술에 기반한 스마트폰의 강자인 삼성전자와 애플은 구글·아마존에 혁신의 주도권을 내어주고 '추격자'로 전락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 3월 뒤늦게 자체 AI 비서 '빅스비'를 출시했지만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0월에는 빅스비 개발을 총괄해온 이인종 부사장을 빅스비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는 극약 처방까지 내렸지만 '빅스비2.0'은 아직 실체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차상균 서울대 교수(전기공학)는 "세계 1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혁신DNA를 가진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한다"며 "파격적인 연봉을 주고 외부 인력을 영입하고, 과감하게 M&A(인수·합병)를 진행하면서 회사의 체질을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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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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