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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중반 글로벌 경제는 침체의 터널에 갇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유로존 재정위기(2011년) 등 국제금융시장을 흔들 만한 '뇌관'이 연달아 터졌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치명타였다. 글로벌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지면서 미국 경제는 꽁꽁 얼어붙었고, 세계경제도 혼란에 빠졌다.
2007년 5.6%를 기록했던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09년 -0.1%로 곤두박질쳤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이 침체해결책으로 꺼내든 카드는 '유동성'이었다. 시장에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계획이었다. 가장 먼저 미국이 움직였다. 2007년 8월 5.25%였던 기준금리를 2008년 12월 0~0.25%로 낮추면서 제로금리 시대의 문을 열었다.
'큰 칼'을 휘둘렀음에도 시장이 살아나지 않자 중앙은행이 직접 금융시장의 자산을 매입하는 이른바 '양적완화' 정책을 세차례(2008ㆍ2010ㆍ2012년)나 시행했다. 그렇게 시장에는 4조 달러(약 4378조원)가 풀렸고, 이 돈은 글로벌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는 버팀목이 됐다.
유동성의 힘은 강했다. 2009년 GDP 성장률 -2.8%를 기록했던 미국의 경제는 올해 3분기 3% 성장률(전분기 대비)을 찍었다. 2009년 10월 9.6%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완전고용상태를 의미하는 4% 수준으로로 낮아졌다.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009년 초 750포인트대를 맴돌았던 S&P500지수는 2600포인트대로 상승해, 3.5배가량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 회복시킨 유동성의 힘
미국에 봄바람이 불자, 세계 경기도 꿈틀댔다. 선진국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가 신흥국의 수출 증가를 불러일으켰다. 주요 수출국에 원자재를 제공하는 국가에도 봄바람이 몰려들어왔다. 그 결과, 2010년 이후 7년 만에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기가 함께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동성이 침체에 빠진 글로벌 경기를 회복세로 돌려놓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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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회복세는 경기 전망도 긍정적으로 바꿔놨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내년 글로벌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인 저성장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확장적 재정정책, 세계교역 증가, 글로벌 투자 회복 등이 뒷받침되면서 올해보다 더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년 전세계 GDP 성장률을 올해 3.6%보다 높은 3.7%로 예상했다.
그러자 시장에 푼 돈을 다시 끌어들이는 '출구전략'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5년 기준금리 인상 이후 4번째 인상으로 금리는 1.25~1.50%대로 인상될 전망이다. 연준은 매년 3~4차례의 금리 인상에 나설 거라는 계획도 발표됐다. 연준의 출구전략이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출구전력의 파급효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연준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던 2013년과 올 6월처럼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시장이 다시 침체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제전문조사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로빈 뷰 최고경영자(CEO)는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준이 꾸준히 긴축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 확장 사이클이 끝나는 2019년 미국의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도 비슷하다. OECD는 2019년 전세계 GDP 성장률을 2018년(3.7%)보다 0.1%포인트 떨어진 3.6%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가 내년 정점을 찍은 후 다시 둔화한다는 건데. OECD는 그 원인으로 더딘 임금상승, 높은 민간부문의 부채 수준,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정책 등을 꼽았다.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 역시 출구전략이 유동성 경색을 유발해 또다른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르코 콜라노빅 퀀트ㆍ파생상품 리서치부문장은 10월 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출구전략에 따른 유동성 유출이 자산 감소와 유동성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잠재적으로는 금융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정상화 속도, 경기 순환 등의 영향을 받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면서도 "지금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하고 이는 2006년부터 예측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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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헤지펀드 업체인 '마라톤 에셋 매니지먼트'의 브루스 리처드 마라톤 에셋 매니지먼트 대표는 10월 4일 네덜란드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여해 "다음 경기침체는 2019년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보다는 약하겠지만 투자등급 하위 15% 기업의 채권은 정크 등급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화정책 다음에도 먹힐까
더 큰 문제는 '2019년 경기침체 전망'이 맞아떨어졌을 때다. 유동성 경색이 발생해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어도 꺼내들 카드가 마땅치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써먹은 양적완화 등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또다시 먹힐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김진일 고려대(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침체할 때 나타나는 현상은 똑같지 않다"면서 "경기를 살린 정책들이 다시 통할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고 내다봤다.
김소영 서울대(경제학부) 교수는 이렇게 꼬집었다. "다음번 침체가 단기적이라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등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세계경제를 괴롭힌 장기침체에 다시 빠진다면 그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장기침체는 혁신과 기술발전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유동성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 출구전략은 세계가 아직 걸어보지 않은 '미지의 길'이다. 2019년 또다른 침체가 몰려올 수도 있다. 세계경제를 둘러싼 변수는 여전하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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