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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北, 해외 유령회사 세워 불법자금 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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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硏·美선진국방硏 보고서 / 정찰총국, 홍콩 ‘선강무역’ 운영… 대북 제재망 뚫고 물품 등 구매 / “국제 금융망 노출로 추적 가능”

북한 정찰총국이 역외 유령회사를 운영하는 수법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망을 뚫고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왔다고 세종연구소와 미국 싱크탱크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가 12일(현지시간) 밝혔다.

두 연구기관은 이날 워싱턴 상원의원회관에서 북한이 대북 제재를 피하는 과정을 공동 조사한 결과를 담은 ‘외환시장 효과 - 달러, 해외 네트워크, 북한의 불법 금융’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유령회사를 운영하면 국제금융망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져 불법자금 흐름을 추적하기가 그만큼 쉬워진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에 기반을 둔 ‘선강(深光)무역투자회사’는 북한 정찰총국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유령회사로 보인다. 선강무역투자회사는 2013년 1월 동아시아에 있는 한 전자부품 재판매 회사에서 1만5000달러(약 1640만원)를 주고 물품을 구매했지만, 구매대금은 글로콤 중국 지사가 대신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재판매 회사는 선강의 실체를 알지 못했으나 ‘편원구’라는 이름의 글로콤 중국 지사 대표가 선강이 내야 할 대금을 대신 내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통신장비 회사인 글로콤은 북한 정찰총국이 운영하는 ‘팬 시스템스’의 위장 회사로, 말레이시아와 중국 등에서 활동해왔다.

북한 대동신용은행(DCB)은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글로콤과 같은 20여개 유령회사의 외환거래를 지원해왔다는 이유로 미국 재무부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선강이 글로콤을 대리해 전자부품을 구매하거나 러시아로부터 물품 수입에 관여해 온 것을 볼 때 북한 정권을 위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강은 지난 3월 1일 러시아 사할린의 어업회사로부터 289t에 달하는 수산물을 위탁 선적했고, 이 수산물을 지난 6월 7일 ‘조선청송무역회사’라는 북한 업체가 받아갔다. 청송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대상 명단에 올린 국영 무기수출업체 ‘청송연합’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북한이 정교한 수법으로 국제 금융망을 이용해 불법적인 거래를 하고 있으나 대북 금융제재를 강화함으로써 이런 불법 행위를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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