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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알쏭語달쏭思] 간여(干與)와 관여(關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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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혼자서 밥을 먹고, 술도 혼자서 마시는 이른바 ‘혼밥족’, ‘혼술족’이 늘어나면서 자신이 남에게서 지워지는 일을 가능한 한 피하려는 풍조가 사회에 퍼지고 있다.

그다지 좋은 풍조는 아닌 것 같은데 세상은 이미 그렇게 돌아가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기고 나 또한 세상에 맞춰 남의 일에 간여하지 말고 내가 관여하는 일만 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아니면 나라도 나서서 서로 따뜻한 눈빛을 교환하고 마음을 나누며 정겹게 살아가는 이웃이 되자고 말하면서 남의 일에 적잖이 간여하게 되더라도 그런 일을 내가 관여해야 할 일로 여기며 살아가야 할 것인가?

간여와 관여는 같은 말 같지만 차이가 적지 않다. 간여는 ‘干與’라고 쓰며 각 글자는 ‘일할 간’, ‘참여할 여’라고 훈독한다. ‘干’은 일반적으로 ‘방패 간’이라고 훈독하는 글자인데 ‘幹(줄기 간)’과 발음이 같아 같은 의미로 사용하곤 한다.

그런데 ‘幹’은 줄기나 기둥 등에서 뜻이 확대되어 주요한 일을 하는 사람, 즉 간부(幹部)의 의미도 갖게 되었는데 나중에는 뜻이 더 확대되어 ‘일을 하다(Do)’라는 의미도 지니게 되었다. 그러므로 干與는 직역하자면 ‘일을 하여 참여함’인데 대부분 본래는 자기 일이 아닌 남의 일에 끼어들어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즉 간섭의 의미가 강한 단어인 것이다.

관여는 ‘關與’라고 쓰며 ‘關’은 본래 문의 개폐를 관계하는 빗장을 뜻하는 글자였지만 뜻이 확대되어 ‘관계’ 혹은 ‘관계하다’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러므로 ‘關與’는 내가 직접 관계를 갖고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간여는 더러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적잖이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삼가는 게 좋다. 그러나 내가 관여하는 일은 열심히 하면 할수록, 잘하면 잘할수록 좋다. 더욱더 적극적이고 치밀하게 관여해야 할 것이다.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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