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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 북극곰의 굶주림과 한반도 ‘최강한파’는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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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내셔널지오그래픽, 12월11일 굶주린 북극곰 영상 공개




내셔널지오그래픽이 12월11일 공개한 굶주린 북극곰 영상.

지상에서 몸집이 가장 큰 육식동물인 북극곰은 두꺼운 기름층과 방수가 되는 털이 특징이다. 북극해의 해빙(바다 얼음) 사이를 건너다니며 물범 등을 잡아먹는 북극곰이 생존을 위해 진화한 결과다.

그런데 이런 북극곰이 바짝 말라 움직이기조차 힘들어 보이는 모습이 찍힌 영상이 공개돼 누리꾼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과학 전문 매체 ‘내셔널지오그래픽’이 11일 유튜브에 공개한 이 영상은 지구온난화로 북극 해빙 면적이 크게 줄면서 먹이 사냥이 쉽지 않은 북극곰의 현실을 다시 일깨운다. 2008년 미국은 북극곰을 지구온난화로 인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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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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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22초짜리 영상은 해빙이 아니라 땅 위를 걷고 있는 북극곰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가 폴 니클렌은 늦은 여름 캐나다 북동부 지역 배핀섬을 탐험하다 이 북극곰과 마주쳤다. 북극곰은 다리를 겨우 들어 움직일 정도로 기력이 쇠한 상태였다.

영상을 보면, 이렇게 굶주린 북극곰들은 무엇이라도 먹기 위해 사람이 사는 마을까지 내려와 헤매게 된다고 한다. 영상은 마을 근처에서 녹슨 폐기름통에 머리를 박고 뭔가를 꺼내는 북극곰을 포착했다. 북극곰은 이것을 손으로 이리저리 뜯어보지만 막상 먹을 만 해 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입에서 하얀 거품을 내뿜던 북극곰은 땅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만다. 영상은 “당장 먹이를 구하지 않으면 이 북극곰은 고작 몇 시간을 더 살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말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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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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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폴 니클렌은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뺨에 눈물을 흘리며 이 북극곰을 촬영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북극곰을 도와줄 순 없었을까.

영상을 보면, 북극곰에게 사람이 먹이를 주는 건 ‘불법’이다. 인터뷰에서 폴 니클렌은 “왜 북극곰을 돕지 않았냐는 일부의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탐험대는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마을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또 굶주린 곰에게 아무런 무기도 없이 접근하는 건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비극을 전 세계에 반드시 알리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고 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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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북극해빙감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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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표적인 ‘기후 난민’으로 꼽힌다. 북극곰의 삶터인 북극 해빙 규모는 기후변화를 나타내는 민감한 지표다. 해빙은 우주에서 오는 태양에너지를 반사해 극지방을 차갑게 만들고 지구 평균기온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보통 여름에 녹았다가 겨울에 어는데 최근에는 가을이 돼도 얼음이 계속 녹고 있다. 북극곰의 최대 번식지로 알려진 캐나다 허드슨만은 1월 중순까지도 얼음이 얼지 않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기상청 북극해빙감시시스템을 보면, 북극 해빙 규모는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세계적인 북극곰 전문가 이언 스털링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는 “바다얼음은 북극곰이 물범을 사냥하는 터전이다. 얼음이 줄면 북극곰의 사냥기간도 준다. 바다의 개빙구역(얼음이 녹은 지역)이 넓어지면서 북극곰은 예전처럼 포식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해빙 위에서 사냥하고 휴식하고 새끼를 낳는 북극곰에겐 치명적인 상황인 셈이다. 국제자연보호연맹은 북극곰 개체가 2050년에는 30%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 기사: 고래고기 찌꺼기 찾아 헤매는 북극곰은 ‘기후난민’)

(▶관련 기사: “온실가스 못 줄이면 2050년 북극곰 절반 사라질 것”)

놀라운 사실은, 이번 주 한반도를 덮친 ‘최강한파’ 역시 지구온난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로 해빙이 녹아 태양에너지를 반사하지 못하면서 따뜻해진 바다의 열기는 북극의 대기를 데운다. 대기가 냉각되지 않으면 차가운 공기를 북극에 가둬두는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는데 한반도가 위치한 중위도 지방까지 차가운 북극 공기가 확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북극권(북위 66도)까지는 약 3000㎞나 떨어져 있지만 북극이 한반도 날씨를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북극곰의 굶주림과 오늘 내가 느끼는 ‘칼바람’은 ‘지구온난화’라는 연결고리로 깊게 묶여 있다. (▶관련 기사: 온난화 뺨맞은 북극, 한반도에 찬공기 투하 ‘화풀이’)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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