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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한국 의료비 20%가 비효율ㆍ낭비성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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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부적정 지출 규모

2013년 기준 최대 3조7,860억

건보 급여비의 10% 육박

과잉 진료비 2020년엔 4조원

과잉 진료 실태

OECD 평균보다 외래 진료 2.2배

빈곤층ㆍ유공자 지원하는 의료급여

환자 부담 적어 과잉진료 온상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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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진료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의료계가 ‘문재인 케어’ 실시가 건보 재정을 파탄으로 내몰 거라고 주장하지만, 일부 병ㆍ의원들의 과잉 진료만 없애도 건보 재정은 더 탄탄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1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 발표 보고서 ‘건강보험 부적정 지출 관리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부적정 지출 규모는 최소 2조1,590억원에서 최대 3조7,86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3년 전체 건강보험 급여비 40조2,720조원의 5.4~9.5%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적정 지출은 ①보건당국에 적발된 부적정 지출(8,680억원) ②불법인데 미처 적발되지 않은 부당 지출(3,320억~7,270억원) ③불법은 아니지만 불필요하게 이뤄진 과잉 진료 지출(9,580억~2조1,910억원)을 더한 금액이다. 이중 과잉 진료로 인한 재정 누수 규모는 ③의 전부와 ①의 일부를 더한 값이다. 건강보험 규모에 비례해 이런 부적정 지출 규모가 커지는 점을 감안하면 2020년에는 과잉 진료 지출이 최대 4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과잉 진료가 유독 도드라진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7 한 눈에 보는 보건(Health at a Glance)’을 보면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외래 진료 횟수는 16.0회로 OECD 평균 7.0회보다 2.2배나 많고, 입원 환자 1인당 평균 재원 일수(16.1일)도 OECD 평균(8.2일)보다 1.9배 높았다. 이런 통계를 근거로 OECD의 프란체스카 콜롬보 보건국장은 지난 6월 국내 심포지엄에서 “한국에서 지출하는 의료비의 20%가 비효율적이거나 낭비성 지출”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건강보험과 달리 국가가 세금을 재원으로 빈곤층이나 국가유공자에게 환자 본인 부담금 없이 진료비 대부분을 지원하는 의료급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 등이 지난해 발간한 ‘의료급여와 건강보험의 의료 이용량 비교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논문에 따르면 의료급여 가입자는 연령이나 질환, 소득 수준이 동일한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1인당 총 진료비는 1.5배 많고, 입원 일수는 2.9배 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의료급여 가입자의 1인당 평균 진료비가 440만5,000원으로 건강보험 가입자(127만5,000)보다 3.5배나 많은 것은 단지 연령이나 만성질환 탓이 아니라는 의미다. 건강보험은 급여 진료비의 20~3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만큼 환자가 과잉 진료를 거부할 개연성이 비교적 높지만, 의료급여는 본인 부담이 1~2%에 그쳐 과잉 진료가 보다 쉽게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또한 과잉 진료의 온상으로 지목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진료는 그나마 보건당국의 손길이 닿는 반면 비급여는 아무도 감시하지 않는 사각지대다. 실제로 비급여 진료에 대해서도 보험의 보장 받는 민간 실손보험 가입자는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환자보다 비급여 진료를 훨씬 많이 받는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전체 건보 가입자는 총 의료비 중 비급여 부담률이 18.0%였지만, 이중 실손보험 가입자는 이 비율이 36.3%에 달했다. 이런 비급여 진료에는 과도한 도수치료(손으로 마사지하는 물리치료의 일종) 처방과 같은 과잉 진료가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비급여 비율이 높은 상위 5대 의원은 주요 진료 과목이 자세ㆍ체형ㆍ척추 교정 및 통증치료로 전부 도수치료를 실시하는 곳이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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