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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손가락 잘라버려?” 납치 사기 전화 속 진짜 ‘그놈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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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진 영화 '그놈목소리'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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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납치했다고 속여 돈을 갈취하는 납치빙자형 보이스피싱이 최근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납치빙자형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37건이었으나 두 달 만인 11월 92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피해 금액도 1억8300만원에서 5억2000만원으로 매우 증가했다.

금감원은 자녀나 부모를 납치했다고 한 후 욕설을 섞어가며 큰 소리로 위협하는 사기범들의 목소리를 공개하고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아이를 납치했다고 주장하는 사기범들은 공통으로 “돈을 준비하라”며 윽박지르고, “신고하면 아이에게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했다.

1. 학교에 간 자녀를 납치했다고 협박하는 사기 전화
사기범: 내가 지금부터 민감한 이야기를 할 거니까 사람 없는 곳으로 가서 전화 받아요. 내 경고하는데, 경찰에 신고하거나 주위 사람에게 알리면 애 배때기 칼로 쑤셔 버립니다.

피해자: 아이가 어디에 있습니까?

사기범: 애가 어디 있는지 XX 그걸 왜 나한테 묻나? 네 애 어디 있는지도 모르나, 아줌마?

피해자: 지금 아이가 학교 갔는데 이 전화가 와서.

사기범: 아줌마, 내가 원하는 건 단순히 돈이야, 돈. 난 돈이 필요하다. 나한테 돈 얼마나 해 줄 수 있나요, 최대한?

피해자: 아이가 어디 있는 거예요?

사기범: 아이가 어디 있느냐고? OO이요.

피해자: OO 어딘데요? 아이가 어디 있는지 봐야 알죠.

사기범: 어딘지 왜 자꾸 위치 묻느냐고, XXX아? 돈 준비하라니까.

2. 미술학원에 간 자녀를 납치했다고 협박하는 사기 전화
피해자: 아니, 근데 우리 아이가 학원에서 미술학원으로 가던 길이었는데요.

사기범: 그래, 학원 못 들어갔다. 자, 내가 원하는 건 많지 않다. 1500이 필요하다, 1500만. 1500만원 있어요, 없어요? 없으면 내가 전화 끊고 처리할게.

피해자: 아니, 애를 어떻게 어떻게 처리한다는 말씀이신지 제가 잘 모르겠는데요.

사기범: 내가 아줌마한테 전화한 거는 서로 일을 좋게 좋게 하려고 인간적으로 전화한 겁니다. 나도 용건을 분명히 말했고, 원하는 건 돈이고, 애는 해치지 않는다고. 그렇지?

피해자: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일단 제가, 근데 저는 사실은 제 동생이 돈을 갖고 있으니까요. 제 동생한테 얘기할게요. 그리고 어떻게 할까요? 우리 애는 괜찮죠, 그러면?

사기범: 지금 중요한 건 이쪽에서 신고 들어가거나 내가 시키는 대로 안 하면 그때는 죽인다, 내가. 1500만원 원하는 건 전부 다 현찰이다.

피해자: 아니, 잠깐만요. 제가 천오백을. 일단은 그러면 지금 아저씨는 어디 계세요? 저는 지금 회사가 OO에요. OO면.

사기범: 내 위치 지금 알고 싶나? 돌았나, 이 XX. 내가 시키는 대로 한 단계, 한 단계씩 움직여. 돈이 준비돼서 어디로 오라면 그곳으로 오면 된다. 먼저 어디인지 알 필요도 없고.

피해자: 네,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3. 자녀 이름을 사전에 알고 납치했다며 협박하는 사기 전화
사기범: 똑바로 얘기하라고. XX, 신고하거나 하면 죽여버린다. 여보세요?

피해자: 여보세요?

사기범: 나는 돈이 필요해서 철수(가명)를 잠깐 데리고 있지.

피해자: 일단은….

사기범: 사람 죽이고 싶지 않으니까.

피해자: 일단은 잠깐 전화를 끊을게요. 다시 전화 드릴게요.

사기범: 전화 끊고. 철수(가명) 죽는 줄 알고 끊어. 신고하려고 그래?

자녀뿐 아니라 부모를 납치했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며칠 전 감방에서 나왔다”며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고 협박했다.

4. 부모님을 납치했다고 협박하는 사기 전화
사기범: 여기 지금 지하 창곤데. 내가 며칠 전에 감방에서 나왔는데. 돈이 쪼까 필요해서 어머님 지하 창고에 잡아두고 있어, 지금. 여보세요? XX, 전화기 끊고 경찰한테 신고하거나 딴짓 거리 하면 내 니 엄마 손가락 다 잘라 버릴 거야, 알겠어? 여보세요? 지금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XX, 동철아.

피해자: 여보세요?

사기범: 어르신 꺼내다가 일단 손가락 한번 잘라버려, 지금.

피해자: 여보세요? 저기요?

사기범: 내가 지금 말하면 금방금방 대답해. 여보세요. 어르신 그러는데 영희(가명)씨 OO년생이라는데 맞아요?

피해자: 아니, 도대체 누구신데 그러세요?

사기범: 여보세요, 너 지금 상황 파악 잘 안 되는 거 같은데. 내가 어르신 네 엄마 잠깐 지하 창고에 감금하고 있다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피해자: 제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요, 정확하게. 이해가 안 된다고요.

사기범: 영희(가명)씨, 내가 단지 필요한 건 지금 돈이지 네 엄마 목숨이 아니야. 어디에요, 지금? 직장이에요? 이 XX, 전화 끊어.

다소 황당한 경우도 있다. 사기범이 어머니를 창고에 잡아두고 있다고 전화했는데, 피해자의 어머니는 5년 전 이미 돌아가신 상태였다.

5. 돌아가신 부모님을 납치했다고 협박하는 사기 전화
사기범: 돈이 쪼까 필요해서 어머님 지하 창고에 잡아두고 있어.

피해자: 뭐라고예?

사기범: 네 엄마 잠깐 데리고 있다고. XX, 너 짭새한테 신고하거나 딴짓 거리 하면 어머님 손가락 다 잘라 버릴 거야, 알겠어?

피해자: 죄송한데, 우리 어머니가 5년 전에 암으로 돌아가셨는데요? 5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뭐 어떻게 어머니가 어디 있습니까.

금감원은 가족이 납치되었다는 전화를 받은 경우 조용히 직장 동료 등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족 본인 혹은 지인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안전을 확인해 달라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기범들은 한결같이 주위 사람이나 경찰에 알리지 말라고 협박하지만 그런 상황일수록 침착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통위와 금감원 관계자는 “연말연시에는 보이스피싱이 더욱 기승을 부려 피해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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