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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 9만원에 눈멀어 범죄자 된 ‘우수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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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가방서 현금 슬쩍 덜미/청장 표창 등 23차례 수상 퇴색

세계일보

‘단돈 9만원 때문에….’

지난 4월 서울 종로구의 한 파출소에서 폐쇄회로(CC)TV를 돌려보던 경찰들은 아연실색했다. 잃어버린 가방을 찾으러 온 주민 한 명이 가방 속에 넣어 둔 현금 9만원이 없으니 찾아달라는 요청에 당시 상황을 확인하던 중이었다. 화면 속 범인은 바로 자신들과 함께 일하던 동료 A경위였다.

사정은 이랬다. 앞서 마을버스 운전기사가 승객이 버스에 물건을 놓고 갔으니 주인을 찾아달라며 파출소에 방문했다. A경위는 당시 이 손가방을 전달받아 맡아둔 담당자였다. 그는 동료들이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가방 속 현금 9만원을 몰래 빼서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동료가 곁에 다가오자 다른 일을 하는 척 책상 위 물건을 정리하는 모습도 그대로 화면에 담겨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A경위는 유실물 처리절차도 어겼다. 잃어버린 물건은 주인에게 바로 돌려주는 경우라도 유실물 종합관리시스템에 등록한 후 습득자에게 습득물 신고 보관증을 발부해야 해야 하지만 이같은 절차를 모두 생략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경위는 범행이 들통나자 “일부러 훔치려고 했던 것이 아닌 우발적이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를 해임했고 고발까지 했다. 결국 벌금 100만원 형의 선고를 유예받았다.

경찰청장과 지방청장 표창 등을 포함해 무려 23차례나 상을 받은 ‘우수 경찰’이었던 A경위는 9만원에 순간 눈이 멀어 범죄자로 전락하고 만 셈이다.

A경위는 이에 경찰소청심사위원회에 ‘징계가 과하다’며 이의를 제기해 강등 처분으로 감경받은 뒤 다시 서울행정법원에 징계처분취소소송을 냈다. 경찰은 이에 대해 “A경위의 유실물 절취는 경찰관으로서 의무를 저버린 행위로,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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