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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세밑 화재로 하루아침에 터전 잃은 할머니에 방 내준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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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 구호물품·컵라면으로 하루 버텨…힘겨운 겨울나기

(양주=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할머니 입으라고 속옷까지 갖다 주네요. 이웃집에서 방도 내주고…"

12일 경기도 양주시 봉양동의 한 농가주택에서 만난 차옥년(81·여)씨는 대한적십자사에서 받은 구호물품을 내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연합뉴스

(양주=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12일 경기도 양주시 봉양동의 임시거처에서 차옥년(81)씨가 적십자사로부터 받은 구호물품을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2017.12.12



차씨의 원래 집은 일요일이던 지난 10일 오후 9시께 보일러실에서 시작된 불로 전부 타버렸다. 1층짜리 슬레이트 건물은 불길에 너무나도 쉽게 무너졌다.

차씨는 불이 시작했을 때 깨어 있어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신발 한 켤레 챙겨 신고 나올 새도 없이 급하게 뛰쳐나왔다.

집이 잿더미가 되자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웃집에서는 선뜻 방을 내줬다.

차씨는 이 방에서 당분간을 지내기로 했다. 임시 주거에 필요한 비용은 지자체에서 일단 지원해 줄 예정이다.

양주시 관계자는 "할머니 집이 완전히 타버려 당장 갈 곳이 없었는데 이웃집에서 방을 내주고 살 수 있도록 해줬다"고 전했다.

또 다음날 시청과 대한적십자사 관계자가 컵라면, 쌀, 휴대용 화기, 패딩점퍼, 세면도구 등을 전달해줬다.

누구보다 먼저 도움을 준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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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12일 경기도 양주시 봉양동의 화재 피해 주택에서 집주인 차옥년(81)씨가 불에 타버린 자신의 집을 바라보고 있다. 2017.12.12



홀로 살던 80대 노인에게 갑자기 닥친 화재는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재난이나 다름없다.

차씨는 공장에 딸린 식당에서 일하면서 홀로 자식들을 키웠다. 남편은 전쟁통 이후 몸이 안 좋다며 일을 하지 않았고, 먼저 세상을 떴다고 한다.

골다공증 때문에 허리와 다리가 아픈데도 병원에 갈 엄두도 못 내고 하루하루를 버텨왔는데 마지막 버팀목마저 무너졌다.

그러나 주변에서 보내준 관심과 지원 덕에 차씨는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

특히 이날 양주지역의 기온은 영하 18도까지 내려가는 등 노약자는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차씨는 "6·25 때도 버텼는데 어떻게든 살아날 길은 있겠죠"라면서 "매번 주변 사람에게 빚만 지고 사는데 언제 갚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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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12일 경기도 양주시 봉양동의 임시거처 앞에서 화재 피해자 차옥년(81)씨가 걸어가고 있다. 2017.12.12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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