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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문 대통령 “사드, 시간 두며 해결해가는 지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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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중 덩샤오핑 ‘센카쿠 분쟁’ 해법과 유사

사드 ‘봉인’ 뒤 경제·문화·인적교류 협력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인터뷰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문제에 관해 “시간을 두면서 해결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쪽에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과거 덩샤오핑식 해법을 암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향후 사드 문제와 관련해 양국간 정치적인 신뢰를 회복하고, 모든 분야에서의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사드 문제에 관해 한국과 중국은 각각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입장에 대해서는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그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역지사지하면서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시간을 두면서 해결해가는 그런 지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문제는 별개로 해결해 나가면서 양국간의 경제 문화 또는 정치 안보 또는 인적 교류 관광 이런 여러분야에서 새로운 25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간을 두고 해결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말은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에 관한 중국 덩샤오핑의 해법과 닮아 있다. 덩샤오핑은 1978년 10월 중국 최고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센카쿠 열도 분쟁에 관한 질문을 받고 “양국 정부가 이 문제를 내버려두는 것이 비교적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더 내버려둬도 괜찮고, ‘10년(다음 세대, 다음다음 세대)'이 지나 처리해도 된다. 우리 세대 사람들의 지혜가 부족해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지 못했으나 좀 더 '현명한 우리 후세들'은 반드시 양측이 모두 받아들이는 해결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화혁명 직후 권력을 잡은 덩샤오핑은 실용, 개방주의 노선을 추구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양국이 첨예한 이견을 보이고 있는 사드 문제는 봉인해 두고 서로가 실리를 찾을 수 있는 경제, 문화, 인적교류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가자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고, 한국은 중국의 3대 무역 상대국이다. 중국 는 “2017년 1월~9월 양국 관계가 악화되었음에도 양국 무역 규모가 2022억 달러를 기록해 동기 대비 1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제안에 과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어느 정도 호응할지는 오는 14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덩샤오핑이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는 외교노선을 걸었다면 시 주석은 ‘분발유위(奮發有爲·분발해 성과를 이뤄낸다)’는 기조를 취하고 있는 점은 주목해야 할 차이점이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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