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지는 첫 국빈방문에서 공동성명을 내지 않기로 한 것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의 앙금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0월 31일 양국이 ‘한중 관계의 조속한 정상화’에 합의한 이후 한국은 사드 문제가 ‘봉인’됐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지속적으로 사드 추가 배치와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화를 하지 않겠다는 소위 ‘3불(不)’을 거론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9일 3불을 다시 언급한 데 이어 웨이웨이 중국인민외교학회 부회장도 어제 “사드 문제에 대한 철저한 해결 없이는 한중 관계의 회복은 없다”고 했다.
왕이는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가 아닌 단독 제재를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할지 모를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분석이다. 갈등이 있는 나라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국 입장을 강경하게 밝히거나 상대국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중국 외교의 전술 중 하나다. 하지만 양국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같은 행태는 회담 상대방을 무시하는 처사일 뿐 아니라 외교관례에도 맞지 않는다.
중국의 대국(大國)답지 않은 편협한 외교에 우리 정부는 당당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한중 양국의 공동입장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강한 대북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일부 여당 인사가 중국을 방문해 “한국은 중국과 쌍중단(雙中斷·북핵 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훈련 중단),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평화협정 체결 동시 진행)에서 같은 입장”이라며 중국 지도부에 오해를 살 발언을 하는 것은 우리 외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최고의 압박’이라는 한미동맹의 북핵 대응기조 위에서 시 주석과 평화적 문제 해결의 접점을 찾는 데 외교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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