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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댓글수사' 경찰·국정원 실무자끼리 내통…"축소·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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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김병찬 용산경찰서장


뉴시스

국정원 여직원 수사결과 브리핑


키워드 분석 100개→4개로 축소 지시

수사결과 발표 전 국정원에 자료 넘겨
검찰 "법집행기관 관계자가 직분 망각"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지난 2012년 12월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터진 '국정원 댓글 사건'의 실체가 발생 5년 만에 일부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경찰과 국가정보원 실무자들은 이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심각한 수준의 '내통'을 해왔고 이런 사실은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 검찰은 향후 이들의 윗선이 누구였는지를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포렌식(증거 분석)팀은 지난 2012년 12월14일경 수서경찰서의 의뢰로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제출한 노트북에 대해 본격적인 분석 작업을 실행했다.

당시 포렌식팀은 아이디·닉네임 등이 적힌 텍스트 문서 파일을 복원·분석해 정치 관여·선거 개입 사이버 활동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내부 보고 했다.

다음날인 2012년 12월15일 보고라인에 있던 김병찬 용산서장(당시 수사2계장)은 국정원 IO(Intelligence Officer·정보관) 안모씨로부터 전화를 통해 수사 상황을 문의받았다.

이에 김 서장은 "상황이 좀 심각하다. 정치 관여성 댓글이 확인된다. 키워드를 3~4개 정도로 줄여서 검색하기로 했다"라고 답했다.

애초 수서경찰서가 포렌식팀에 의뢰한 키워드는 100개였다. 그러나 김 서장은 이를 4개로 줄여 추출 범위를 제한토록 했다. 키워드 4개는 '박근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새누리당' 이었다.

안씨는 김 서장으로부터 수사기밀을 입수한 뒤 내부 보고를 했고, 이는 국정원 내부 보고서 형태로도 남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국정원은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에게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계정을 탈퇴하도록 지시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

김 서장은 그 다음 날인 지난 2012년 12월16일 안씨의 부탁을 받고 중간 수사결과 발표 내용이 기재된 보도 자료를 수사 주체인 수서경찰서에 알려주기 전에 국정원 측에 보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서장은 경찰 조사 및 언론을 통해 '키워드를 축소한 이유는 분석관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안씨와는 실제로 전화를 나눈 바가 거의 없으며, 업무상 필요에 따라 짧게 몇 차례만 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검찰은 조사를 통해 김 서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분석실 폐쇄회로(CC) TV 분석, 분석관 및 서울경찰청 관계자들을 재조사했다. 이를 통해 김 서장이 키워드 축소 등을 주도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아울러 김 서장과 안씨의 지난 2012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의 통화 내역을 면밀하게 분석했다. 분석 결과 총 58차례의 연락이 있었고, 이 중 전화 29차례(124분), 문자 29차례가 오고 갔음을 확인했다.

특히 검찰은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발생일인 지난 2012년 12월11일부터 중간수사결과 발표일인 같은달 16일 사이 총 연락내역 중 80%가량이 집중된 사실에 주목했다.

이와 관련해 김 서장은 "실제로 전화통화를 나누지 못했고, 통화 시도한 내역이 있을 뿐이다"라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검찰은 통신사 등을 조사해 실제로 통화가 이뤄진 내역임을 밝혀냈다.

김 서장은 또 검찰 조사 과정에서 "수사결과 발표 10분 전에 국정원에 보도자료를 건넨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10분 전에 알려줬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된다"라면서 "조사를 통해 10분 전보다 훨씬 이전에 건네줬음을 확인했다"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 같은 조사 과정을 거쳐 당시 경찰과 국정원이 사건을 축소·은폐한 것이 명확하다고 봤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있어 법집행기관인 경찰이 수사기밀을 누설해 사법 방해를 벌였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 공무원이 직분을 망각한 채 수사 대상인 국정원에 수사 기밀을 누설한 것"이라며 "법집행기관 관계자의 불법 행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라고 밝혔다.

na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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