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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국정원 댓글사건 은폐 혐의 용산서장,공소시효 만료 직전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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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대비해 '위장 사무실' 조성하고

재판서 증인들에 허위 진술 등 지시한 혐의

"김병찬, 국정원 직원과 58차례 통화"

노트북 키워드 '100개→4개' 축소 지시 혐의도

중앙일보

남재준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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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사법방해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남재준(73) 전 국정원장과 하경준(61) 전 국정원 대변인을 국정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11일 기소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 전 원장은 사법방해 혐의에 대한 재판도 받게 됐다.

검찰은 이날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터진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을 은폐하고 국정원 측에 수사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김병찬(49) 용산서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남 전 원장은 2013년 4월 원세훈(66) 전 국정원장 재임 때 벌어진 국정원 정치개입 사실을 파악하고도 당시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의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이 시기 국정원 내부에 ‘현안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검찰 수사와 재판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날 남 전 원장이 TF 구성을 지시하며 ”정권의 명운과 국정원의 존폐가 걸려 있으니 개인 일탈로 치부하고 반드시 무죄를 받도록 적극 대응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현안 TF는 2013년 4월 말 특별수사팀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허위 서류와 컴퓨터 등을 비치해 놓은 가짜 심리전단 사무실을 만들었다. 또 같은해 5월 검찰로부터 원 전 원장의 부서장 회의 녹취록 제출을 요구 받자 문제가 되는 문구를 삭제해 제출하고, 증인으로 나선 직원 8명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지침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6일 현안 TF 구성원인 장호중(50) 전 부산지검장과 서천호(56) 전 국정원 2차장 등 6명을 구속기소한 검찰은 남 전 원장과 하 전 대변인을 공범으로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위장 사무실 조성(위계공무집행방해), 녹취록 문구 삭제 지시(국정원법 위반), 허위 진술 지시(위증교사)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하 전 대변인에 대해선 국정원의 정치개입 사실을 부인하고 대북 심리전 일환이었다는 허위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를 추가 적용했다.

중앙일보

지난 11월 28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김병찬 용산경찰서장.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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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김병찬 용산서장(당시 서울청 수사2계장)의 혐의와 관련해서는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의 공소시효(5년)가 곧 만료돼 불구속으로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2012년 12월 14일 서울청 포렌식팀은 수서경찰서의 의뢰로 국정원 여직원 하모씨의 노트북 분석을 진행했다. 포렌식팀은 아이디와 닉네임이 게재된 텍스트 문서 파일을 복원해 경찰 내부에 보고했다. 김 서장은 다음날(15일) 국정원 직원에게 연락해 “상황이 좀 심각하다. 정치관여성 댓글이 확인된다. 키워드를 3~4개로 줄여서 검색하기로 했다”고 알려줬다. 앞서 경찰이 100개의 키워드를 기준으로 분석해 국정원의 댓글 활동이 드러나자 김 서장이 이를 4개로 줄여 사건을 축소하려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김 서장이 국정원 직원과 2012년 12월 11일부터 다음해 6월까지 총 58회(음성통화 29회 124분, 문자29회) 연락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여직원 사건이 불거진 시기에 46회의 연락이 집중됐다”고 말했다.

김 서장은 2013년 11월 이후 진행된 김용판(59) 전 서울청장의 대선개입 사건 공판과 권은희(현 국민의당 의원) 전 수서서 수사과장의 모해위증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서장이 범행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수사 기밀을 누설하고 키워드 축소와 관련해 권 전 수사과장과 언쟁을 벌인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는 등 수차례 위증을 했다”고 전했다.

김 서장이 기소됨에 따라 김용판 전 청장 등 당시 경찰 수뇌부에 대한 추가 수사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앞서 김 전 청장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5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법 위반 등 다른 혐의가 발견될 경우 원칙적으로 기소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혐의가 확인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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