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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케빈 러드 前호주총리 "中도 文에 기대감…단, 쌍중단 받아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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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通' 케빈 러드 前호주총리…한중정상회담에 조언

매일경제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이 제시하는 쌍중단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는 11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14일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이렇게 주장했다. 이 같은 조언이 다른 사람도 아닌 러드 전 총리에게서 나왔다는 것이 의외였다.

러드 전 총리는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는 중국통으로 루커원이라는 중국 이름까지 있다. 중국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며 그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2007년 러드 당시 노동당 당수가 호주 총선에서 압승하며 총리에 올랐을 때 중국 언론은 일제히 "루커원이 당선됐다"며 친근감을 전했다. 2003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호주 의회에서 연설을 할 때도 그는 유일하게 통역 이어폰을 쓰지 않았다.

지난 35년간 외교관을 거쳐 의원, 총리, 학자와 기업가로서 중국을 다뤄왔던 러드 전 총리는 '중국통'으로 불리지만 중국의 북핵 접근법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드러냈다.

국립외교원 주최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오기 전에도 중국을 다녀왔다는 러드 전 총리는 "중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에 큰 기대를 갖고 있고 북핵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접근법에 관심이 많다"면서도 "문 대통령은 중국이 제시하는 쌍중단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쌍중단은 중국이 현재 공개 석상에서 제시하는 북핵 해결의 첫 번째 스텝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는 제안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등가 가치에 맞지 않는 교환'이라며 중국의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러드 전 총리는 "아직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할 단계는 아니다"며 "한국이 쌍중단을 받을 경우 북한이 노리고 있는 한미동맹의 균열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러드 전 총리는 "북핵 해결의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다"며 "우선 북한 핵·미사일의 검증 가능한 동결이 이뤄진 뒤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은 북핵 동결 과정에 맞춰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러드 전 총리는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이행하는 것이 "과거와는 다른 큰 진전"이라며 "북한이 도발을 지속함에 따라 중국의 입장 역시 점차 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이 지속된다면 중국 역시 보다 강력한 대북 제재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드 전 총리는 최근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의 방북에 주목했다. 그는 "펠트먼의 방북은 유엔 안보리 이사국의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며 "아직 미·북, 북·러 간의 외교 채널이 살아 있다. 미·북 간의 양자 대화를 시작으로 6자회담으로 대화 채널이 확장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러드 전 총리는 "북한이 레드라인에 점점 더 다가서고 있다.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상당 수준에 올라섰다"고 경고했다.

러드 전 총리는 "최근 중국 방문 중에도 이런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중국은 북·미 간 우발적 충돌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향후 북핵 국면이 진전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긴장을 완화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중국 측 전망을 전하기도 했다.

호주 외교통상부 장관과 두 번의 총리를 역임한 러드 전 총리는 미·중 사이에서 겪었던 줄타기 외교 경험을 밝히기도 했다. 호주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안보동맹을 맺고 있으나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두고 있다. 호주의 최근 대중 무역량은 대미 무역량의 6배에 달한다.

러드 전 총리는 "총리 시절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질문을 자주 받았는데 내 경험상 그런 주장은 틀렸다"며 "미·중 외교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각 상황에 맞춰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 경제협력도 확대할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고 그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러드 전 총리는 "문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하면 중국의 국내 모습과 정치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그 나라의 외교는 결국 내부의 동력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은 상당한 내부적 도전을 겪고 있고, 이런 점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외교·안보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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