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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기고]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과 윈윈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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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5~6일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수교 25주년을 맞이해 하노이에서 열린 매경 베트남포럼은 베트남 경제의 역동성과 진출 기업의 생생한 성공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1992년 12월 공식 외교관계가 수립된 이후 양국은 정치·외교뿐만 아니라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로서 교류를 증진시켜왔다.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양국 경제 관계는 급속히 확대돼왔다.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고 양국 교역 규모는 올해 600억달러를 달성할 전망이다. 10월까지 베트남에 대한 흑자는 260억달러에 달해 미국에 대한 145억달러 흑자 규모를 이미 크게 앞지르고 있다. 올해 대베트남 무역 흑자는 3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어서 한국에 있어 베트남은 '황금알을 낳는 시장'인 셈이다.

베트남이 중국,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 세 번째 교역상대국으로 부상하게 된 것은 2007년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한·ASEAN 자유무역협정(FTA) 상품협정이 발효되고, 2015년 한·베트남 FTA가 체결되면서 양국 간 거시 통상 환경이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미시적으로는 진출 기업들의 성공적인 현지화 전략이 큰 힘을 발휘했다. 베트남 진출 초기에는 대미 우회수출기지로서 노동집약적인 투자가 확대되면서 노사분규가 빈발하고,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투자 마찰 요인이 많았다. 그러나 진출 기업들은 한국 파견 인원을 최소화하고 현지 운영체제를 강화해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이에 힘입어 현재 코참(베트남한국상공회의소) 기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5600여 개에 달한다.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외자기업의 기여는 20%지만 전체 수출에서는 70%를 담당하고 그중에서 상당 부분을 한국 기업이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베트남의 중요성은 점차 커질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자국우선주의로 인해 미·중 통상마찰과 무역분쟁이 심해지고 있어 G2 리스크에 대응한 양국의 긴밀한 협조와 공동 대응 노력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양국 관계의 응집력을 높이기 위해선 베트남을 단순한 생산기지로 바라보는 관점을 넘어서서 베트남 내수시장 확대에 대비해 서비스 시장 진출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9000만명이 넘는 인구 중 60%가 30대 이하의 젊은 층이란 인구구조 덕에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 한류에 기반한 문화 산업 육성에 많은 협력 기회가 있는 셈이다. 금융, 유통물류, 에너지, 도시개발 등 인프라 확충 사업에도 기회가 무궁무진해 보였다.

베트남을 협력적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자세도 중요하다. 이번 포럼에서도 한류를 기반으로 한 문화 콘텐츠 산업에 대한 양국 간 교류 활성화 방안이 논의되고, 베트남이 단순히 소비국이 아니라 양국이 콘텐츠 제작 파트너로서 한 단계 높은 협력을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양국 간 4차 산업혁명 분야 협업도 가시화할 전망이다. 실제로 베트남에서는 아시아판 우버인 그랩이 각광받고 있고 모바일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스타트업 발굴과 창업 지원 열기도 뜨겁다.

진출 기업들의 개별적인 노력도 중요한 축이다. 현재 한국 기업에 고용된 베트남 노동자는 100만명에 달한다. 이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현지 사회공헌활동과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베트남에서 노동인권, 환경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현지화 노력이 지역 개발이나 기부로 확대되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베트남에 진출해 성공한 한 의류 업체는 베트남 현지 고용 노동자가 3500명에 달하는데 한국 본사 파견직원은 5명에 불과하다. 특히 인사와 노무 분야에서 현지 직원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현지화한 게 성공의 열쇠였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매경 베트남포럼이 한국과 베트남 간 경제교류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향후 25년간 양국 경제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촉매제로 평가받기를 기대한다.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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