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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무빠' 대입 설명서]수능 성적표엔 점수와 등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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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 아빠' 위한 대입 가이드⑥

실제 맞춘 점수인 원점수는 안 나와

과목별 난도 반영한 '표준점수' 찍혀

백분위는 자기 성적 아래의 수험생 비율

중앙일보

삽화=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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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이자 중소 제조업체 부장인 김모(51)씨.

드디어 12일이면 고교 3학년 딸이 며칠 전 치른 수능 성적표가 나옵니다. 김 부장은 성적이야 어떻든 간에, 일단 딸이 학교에서 성적표를 받아들고 집에 오면 무조건 “수고했어. 고생했다”며 어깨부터 토닥여줄 생각입니다.

그 장면을 떠올리면 김 부장은 벌써 울컥해집니다. 성적표를 받아들고 올 딸을 집에서 맞아주기 위해 12일엔 휴가를 쓸 생각입니다. 회사에서 일이 도통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아서요.

성적표 나올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지난 주말에도 집안에서 물건을 들었다 놨다, 방을 쓸었다 닦았다, 거실에 앉았다 섰다를 반복했지요. 이런 김 부장의 마음을 아내가 간파했나 봅니다.

“당신, 그런데 성적표 나오면 읽을 수나 있겠어요? 성적표엔 점수도, 등수도 안 나오는데요?”


불쑥 아내가 던진 말에 김 부장은 '대략 난감'에 빠집니다. 자신이 ‘입시 까막눈’인 건 인정하지만, 성적표에 점수와 등수가 나오지 않는다니요. ‘입시 만렙(최고 레벨)’인 아내가 자신을 아예 대놓고 놀리기로 한 건지 싶어 속상합니다.

딸애가 가져올 수능 성적표에는 뭐가 어떻게 적혀 있는지, 생각해 보니 아는 게 없습니다. 아내 말대로 점수도 등수도 표시되지 않았다면 그 성적표로 대학엔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 건가요. 정말 입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왜 이리 복잡하고 알쏭달쏭한 건가요.

⑥ “수능 성적표, 대체 어떻게 생긴 물건인가요?”


김 부장이 궁금해하는 수능 성적표. 바로 이렇게 생긴 물건입니다.

중앙일보

자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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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맨 윗줄은 수험번호와 이름, 소속 학교 등 수험생 정보가 적혀 있습니다. 다음 줄에는 수험생이 응시한 영역과 과목이 표시돼 있고요.

김 부장 아내의 얘기처럼 딸이 영역별·과목별로 만점(100점 혹은 50점)에서 몇 점이나 빠진 점수를 받았는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김 부장 생각대로라면, 딸이 맞춘 문제의 배점을 모두 더하면 점수가 쉽게 나올 텐데 말이죠.

김 부장의 생각하는 점수를 입시 용어로는 ‘원점수’라 부릅니다. 영역별로 원점수 만점이 정해져 있는데요. 국어·수학·영어는 각각 100점, 탐구영역은 50점입니다. 수능이 끝나고 학생들이 가채점을 통해 산출한 점수가 바로 이 원점수고요.

「 용어사전 > 원점수

맞힌 문제의 문항당 배점을 그대로 더한 점수. 국·영·수는 100점, 탐구영역은 50점 만점. 원점수는 영역·과목 간 난이도 차이 때문에 직접 비교가 불가능해 수능 성적표엔 표기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성적표에는 원점수 대신 표준점수가 표기돼 있습니다. 표준점수는 원점수에 과목별 난이도를 반영해 산출한 점수입니다. 표준점수는 국어·수학은 평균이 100, 표준편차가 20이 되도록 원점수를 변환한 겁니다. 탐구과목은 평균이 50, 표준편차가 10이 되도록 원점수를 변환했고요. 영어는 올부터 절대평가라 표준점수가 산출되지 않습니다.

「 용어사전 > 표준점수

선택한 영역·과목이 다른 경우에도 우위를 비교할 수 있도록 평균과 표준편차가 각각 일정 값이 되도록 원점수를 변환한 것. 선택 영역·과목 내 수험생 개인의 원점수가 다른 수험생의 점수에 비해 어느 위치에 해당하는지 나타낸다.

쉽게 말하면, 국어·수학은 김 부장 따님의 표준점수가 100보다 높다면, 평균적인 수험생보다 국어를 수능을 잘 본 것으로 해석하면 됩니다. 탐구영역은 표준점수가 50보다 높으면 평균보다 잘 본 셈이고요.

이렇게 복잡한 표준점수를 쓰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례로 김 부장 딸이 사회탐구영역 선택과목으로 '법과 사회'를 치렀다고 합시다. 그런데 유독 이 과목이 어렵게 출제되는 바람에 따님 성적이 모의고사보다 뚝 떨어져 원점수가 40점밖에 안 나왔다고 가정해 보세요. 그런데 말이죠. 딸의 친구는 같은 사회탐구영역에서도 '사회문화' 과목을 선택해 응시했는데 문제가 너무 쉽게 나와 이 친구는 모의고사보다 원점수가 대폭 올라 50점 만점을 받았죠.

만약 원점수를 입시에 반영이 된다면 과목별 난이도 차이로 인해, 평소 실력과 다른 점수를 받아도 이를 보상받을 길이 없게 됩니다. 그래서 전체 응시자 평균보다 해당 수험생이 얼마나 잘하고 못했는지를 비교한 표준점수를 입시에 사용하는 거죠.

위 상황에서 원점수를 표준점수로 변환하면, 원점수인 '법과 사회' 40점과 '사회문화' 50점은 완전히 뒤바뀌기도 합니다.

다시 수능 성적표로 되돌아가 볼까요. 표준점수 아래에 백분위가 있네요. 김 부장에게 익숙하게 바꿔 말하면 ‘등수’와 비슷할 수 있습니다. 백분위는 전체 수험생을 100으로 가정하고, 자신보다 표준점수가 낮은 학생의 비율을 퍼센트(%)로 나타낸 수치입니다.

예를 들어 김 부장 딸의 국어 표준점수가 120이고 백분위가 90이라고 가정해볼까요. 이는 120점보다 낮은 표준점수를 받은 수험생이 전체의 90%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김 부장 딸은 상위 10%에 속한 셈이고요.

성적표 마지막 줄에는 등급이 표시돼 있습니다. 수능 성적은 전체 9등급으로 나뉘는데 상대평가가 적용되는 과목에선 1등급은 상위 4%, 2등급 7%, 3등급 12%, 4등급 17%, 5등급 20% 등으로 구분됩니다.

절대평가가 적용되는 한국사·영어는 상대적 비율을 정하지 않고 일정 점수 이상에 등급을 주죠. 가령 영어에서 원점수가 90점이 이상이면 이런 수험생이 몇 %나 되느냐에 관계없이 모두 1등급을 받아요.

「 용어사전 > 등급

영역·과목별로 점수에 따라 전체 수험생을 9등급으로 나눠 해당 수험생이 속한 등급을 표시한다. 전체 수험생의 상위 4%까지 1등급, 그 다음 7%까지 2등급에 속한다.

김 부장님. 이제 딸의 수능 성적표를 보시면 어느 정도 이해하실 수 있겠지요? 성적표가 나온 날에 김 부장님 혼자 소외되는 일 없이, 딸의 진학에 대해 온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할 수 있길 바랍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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