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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금리인상·땅값 하락에 베팅?…백화점업계, 新트렌드 '셋방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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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3社 최근 복합상업시설 출점 '봇물'
정부 출점 규제 강화에 초기 투자비용 부담
임차 방식 출점 선호 현상 뚜렷
금리인상 이후 대출이자 껑충
부동산 가격 하락 가능성도 직접 개발 꺼려


아시아경제

롯데아울렛 고양점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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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2020년 문을 여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은 서울 시내 백화점 가운데 최대 규모다. 서울 노른자 땅인 여의도 한복판에 최고급 호텔과 오피스, 백화점 등으로 이뤄진 대형복합시설 '파크원'에 입점하는 것이다. 여의도 파크원은 총면적 63만177㎡로 여의도 63빌딩의 4.5배에 달한다. 현대백화점은 최대 20년간 임차하며, 연간 임차료만 3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규제 강화로 '출점 절벽'에 직면한 백화점업계가 '임차 입점'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금리 인상과 치솟는 부동산 가격 탓에 대규모 투자 비용이 들어가는 직접 개발 대신 이미 조성된 복합시설에 '셋방살이'로 들어가는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이 지난 10월 경기도 고양에서 오픈한 롯데아울렛 고양점은 가구 전문점 이케아의 매장 일부를 임차한 매장이다. 앞서 2015년 이케아 광명점에 입점한 롯데아울렛 광명점도 마찬가지로 임차 매장이다. 롯데백화점 수원점과 김포공항점, 롯데아울렛 고양터미널점과 의정부점, 남악점(남북 무안) 등도 복합쇼핑몰에서 임차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밖에 롯데백화점 분당점과 부산 동래점, 경북 포항점, 경기도 일산점, 대구 상인점 등은 부동산을 담보로 투자금액을 빌린 자산유동화에 따른 임차 방식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2015년 출점한 서울 신도림의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와 지난해 오픈한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 올해 문을 연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 등이 임차매장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오픈한 경남 김해점을 비롯해 스타필드 하남점과 고양점 등에 임차 방식으로 입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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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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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업계는 그동안 직접 토지를 사들여 건물을 짓고 입점 매장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출점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건설사들이 상권이 좋은 입지마다 대형복합시설을 조성하면서 임차 형식으로 지점을 확대한 것이다.

이미 조성된 대형복합시설의 경우 오피스시설과 호텔 등이 함께 들어서며 안정적인 상권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토지 매입부터 행정 허가까지 백화점이 직접 나서는 것보다 초기 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백화점이 기존의 방식으로 직접 개발하는 경우 조 단위 투자 비용이 들어갔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인천 구월동에 '롯데타운'을 조성하기 위해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선 인천터미널 부지(7만7815㎡)와 건물을 9000억원에 낙찰받았는데, 이를 둘러싼 법적 소송에서 신세계가 최종적으로 패소하자 오히려 롯데쇼핑의 주가가 하락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추가 투자금액이 투입되는 것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백화점업계에선 앞으로도 임차 매장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1.50%로 인상하면서 최근 수년간 지속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 데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저성장에 따른 소비 위축과 온라인 쇼핑 트렌드 등으로 백화점 매출이 곤두박질하는 상황에서는 높은 이자를 내고 돈을 빌려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보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고 이자를 챙기는 것이 훨씬 쏠쏠하기 때문이다.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은 하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점도 백화점업계가 직접 개발을 주저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면 소비 위축과 부동산 가격 하락은 당연한 결과"라며 "경기가 좋을 때도 백화점을 출점해 손익분기점(BEP)을 맞추는 데 9년 이상 걸리는데, (지금의) 소비 상황과 부동산시장 등을 고려하면 빚을 얻어 출점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전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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