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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퍼블릭 詩 IN] 거꾸로 매달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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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거꾸로 매달린 사람

일곱 살 딸아이 발그레 건네준

타로카드 그려진 ‘거꾸로 매달린 사람’

아빠, 이거 꼭 갖고 다녀야 돼!

그날 이후 내 낡은 지갑 안

세들어 살기 시작한 ‘거꾸로 매달린 사람’

꽤나 힘들 텐데 오히려 웃고 있는

눈동자가 얼굴의 1/2인

빨간 사과와 버섯 뒤로한 채

왼손 흔드는 ‘거꾸로 매달린 사람’

나에게 어떤 엄청난 행운

안겨주려고

어린 영혼 깃든 것만으로 이미

축복일 텐데

뒷면에는 이집트 스핑크스 연상시키는 네 개의 석상

접은 날개 퍼덕이며 금시라도 날아갈 듯하고

행운의 별과 사랑의 별 교차하는

중앙에 자리 잡은 중세 고딕식

천정(天庭)

아라베스크 무늬의 기하학적

창으로 마구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햇살

아빠의 마음 딸아이가 열어 본

것일까

언제부턴가 뒤틀리고 삐걱거리는,

닳아빠진 구두 신은 듯 허청거리는,

몇 번의 실직과 간경화

아빠의 삶은 언제나

부르지 않은 방향으로 불어오는 바람

웃음 잃지 말라고

세상이 거꾸로 매달린 듯 흔들리더라도

여린 동심(童心)의 부적

던진 것일까
서울신문

김흥기 (경기 동두천 생연중학교)


김흥기 (경기 동두천 생연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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