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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세상서 가장 아름다운 제주 해녀, 뉴욕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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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서 사진전 연 데이비드 하비

2014년 제주서 한 달간 머물며

물질작업·일상 등 앵글에 담아

“함께 잠수하며 여성의 힘에 소름”

중앙일보

전설의 비주얼 스토리텔러 데이비드 앨런 하비가 8일 뉴욕에서 열린 제주 해녀 사진전에서 작품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정 JT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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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육지의 중간지대를 살아온 해녀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들이었다.” 2014년 한 달간 제주에서 머물며 해녀들의 일상을 취재한 데이비드 앨런 하비(73). 지난 8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제주 해녀 사진전에서 만난 하비는 해녀들에 대한 단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하비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40여 회 넘게 기사를 실어 최다기록을 갖고 있는 전설의 비주얼 스토리텔러다. 제주 해녀들의 물질 작업, 농경 모습, 해녀의 일상 등을 기록한 사진 50점으로 뉴욕 매디슨 애비뉴에 위치한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22일까지 전시회를 연다.

“86세 해녀도 추운 바다에서 물질을 마다하지 않았다. 10대부터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하더라. 25년 전에 딴 잠수 자격증을 빌미로 다이빙을 같이 했다. 그제서야 해녀들과 강한 유대감이 생겼다.” 함께 잠수를 한 뒤에는 집에도 초대받고, 퇴근도 같이 하면서 젓가락을 들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단다. 그만큼 해녀들의 자연스런 일상을 렌즈에 담아냈다.

2013년 아리랑TV의 의뢰로 한국의 여러 대상을 촬영하던 중 남해에서 처음 해녀를 만났다. 당시 산소마스크도 없이 20∼30m 바닷속까지 내려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들을 보고 탄복했다. 그가 찍은 ‘제주 해녀’ 사진은 스토리가 있고 장편소설을 읽는 듯한 진한 감동을 전해준다. 제주 해녀의 삶을 관찰하는 수준이 아니라 분명하고 응집력있는 내러티브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하비는 해녀 사회에도 직급이 있다고 전했다. 연륜과 능력에 따라 하군·중군·상군·대상군으로 구분돼 공동체를 이뤘다. 물질하기 쉬운 얕은 바다는 어린 하군 해녀들의 작업장으로 내주고, 상군 해녀들은 일부러 깊은 바다를 택했단다.

하비는 “이런 규범과 함께 상군 해녀에 대한 하군 해녀의 존경은 해녀공동체를 이끌어가는 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반적으로 지금이 여성파워 시대인데, 해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성파워를 보여왔다”고 덧붙였다.

하비는 스무 살이 되던 해 자신이 살던 버지니아주 노포크에 거주하는 흑인가족의 생활을 카메라에 담아 1966년 ‘있는 그대로 말하라’는 제목의 사진집을 출간하면서 재능을 인정받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프랑스 10대(代)’ ‘베를린 장벽’ ‘마야 문화’ ‘북미 원주민’ ‘힙합 문화’ 등을 주제로 포토 에세이 40편 이상을 기고했다. 현재는 신진 사진작가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싣는 ‘번(Burn)’ 잡지의 창립자로서 편집장을 맡고있다.

이번 전시는 제주도와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제주 해녀의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해 공동 주최했다. 제주 해녀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첫 해외전시회다. 세계적인 보도사진 작가 그룹 ‘매그넘’의 한국에이전트가 주관했고, 제주 해녀 책 발간 프로젝트 총감독이었던 이기명씨 등이 큐레이터를 맡았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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