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30 (목)

재미로 ‘섹스팅’? 성폭력 무감각한 청소년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NS에 성적 사진 게시·몰래 촬영, 성폭력 가해의 46% 달해

장난처럼 여겨…범죄 인식 교육·인터넷 불법음란물 제재를

서울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남학생 ㄱ군은 최근 같은 반 학생들끼리 얘기를 나누는 단체 채팅방에 남성의 성기 사진을 올렸다. 여학생들은 사진을 보자마자 경악했다. “제정신이냐”며 수치심에 항의를 했지만 ㄱ군을 비롯한 일부 남학생들은 웃고 좋아할 뿐이었다. 결국 여학생들은 ㄱ군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신고했다. 다른 중학교의 남학생 ㄴ군은 같은 반 여학생에게 “너의 가슴을 보여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알몸 사진까지 요구해 학폭위에 회부됐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스마트폰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폭력 행위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성(sex)’과 ‘메시지 보내기(texting)’를 합성한 ‘섹스팅’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경향신문이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2014년부터 3년간 성폭력 가해 경험이 있는 청소년 대상 747회 상담건을 받아 분석한 결과 또래 간 성폭력 가해 유형 중 SNS 등을 통해 성적인 글이나 사진, 동영상을 게시하는 ‘통신매체 이용 음란’ 유형이 전체의 28%로 가장 많았다. 스마트폰으로 여학생의 치마 속이나 여자화장실 등을 몰래 촬영하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유형(18%)까지 더하면 스마트폰을 이용한 성폭력은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성추행(44%)과 언어적 성희롱(30%)이 뒤를 이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성폭력 행위는 최근 들어 청소년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아하센터가 2013년 접수한 상담 사례에서는 성적인 문자메시지 등을 보낸 유형은 2.4%, 신체를 몰래 촬영한 것도 0.7% 수준에 불과했다.

일선 교사들은 청소년들 사이에 스마트폰이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SNS 이용이 확산된 것을 이 같은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를 보면, 성인의 하루 모바일 인터넷 이용시간이 103분인 것에 비해 청소년은 145분이다. 중학교 교사 김보현씨(35)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아이들 앞에 너무 많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돼 있는데 이 중에서도 음란물 등이 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이러한 행위를 범죄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박현이 아하센터 기획부장은 “섹스팅 가해 동기를 분석해보니 ‘재미있어서’ ‘그냥 장난으로’가 가장 많았다”면서 “사이버 성폭력은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될 위험이 있는 만큼 장난이나 놀이가 아니라 폭력적인 범죄임을 인식하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만 진행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중학교 교사 이모씨(57)는 “사이버 성폭력에 대한 교육은 기존 성교육에 포함돼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교육적 효과가 거의 없는 게 사실”이라며 “인터넷의 불법 음란물을 청소년이 접할 수 없도록 적절한 제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