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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시속 130㎞ 돌풍에 '럭비공 불길'… 주민들 공황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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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미국 캘리포니아 나흘째 산불

- 허리케인 맞먹는 '샌타애나' 강풍

돌풍처럼 불어 방향 예측 불가

주민들 "어디로 피하나" 우왕좌왕

소방당국 "불길 잡기 어려운 상황"

- LA 남쪽 샌디에이고도 불안

산불 추가 발화, 비상사태 선포… 주말에 바람 잦아들기만 기다려

"바람이 불을 마음대로 움직였다. 이상한 패턴으로 강풍이 불어 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고 있다."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를 휩쓸고 있는 초대형 산불이 나흘째인 7일(현지 시각)에도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이날은 허리케인과 맞먹는 최고시속 130㎞(약 80마일)의 강풍이 불면서 하루 동안 여의도의 56개 면적에 해당하는 4만 에이커(162㎢)를 추가로 태웠다. 가장 피해를 본 로스앤젤레스(LA) 북서쪽 벤투라 지역의 거로 커리지언 경찰서장은 주민들에게 강제 대피령을 내리면서 "산불이 번져나가는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상 당국 관계자는 "이날 돌풍은 카테고리 1 수준의 허리케인이 불어닥친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ABC 등 미국 언론은 "벤투라 지역에서 발화한 산불이 이날까지 11만5000에이커를 잿더미로 만든 것을 비롯, 6개의 산불이 이날까지 서울 면적(605㎢)과 거의 맞먹는 14만에이커(567㎢·1억7140만평)를 불태웠다"고 보도했다.

이번 캘리포니아 산불의 가장 큰 특징은 1초에 축구장 절반 크기인 1에이커(약 4047㎡·1224평)를 태울 정도로 퍼져나가는 속도가 빠르고, 확산 방향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번 초대형 산불을 키운 '샌타애나 바람'은 대개 내륙인 동쪽의 산맥에서 태평양 해안인 서쪽으로 부는데, 이날 새벽에는 돌풍 형태로 방향이 왔다갔다 했다. 이날은 벤투라 카운티 북동부의 겨울 휴양지로 유명한 오하이 쪽으로 번져나가 오하이 밸리의 주민 8000여 명이 새벽에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불에 탄 여성의 시신 한 구가 이번 산불 사태 이후 처음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조선일보

주민들은 예측하기 어렵게 급속히 번져나가는 산불 때문에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인근 브렌트우드에 사는 한 학생은 LA타임스에 "짐은 싸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솔직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대피 명령이 떨어지면 30분 안에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캘리포니아 소방 당국의 켄 핌로트 국장은 "지금은 불과 맞서 싸울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라며 "불이 시작됐다고 알아차리면 재빨리 대피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번 산불은 대도시 인근 주거 지역도 위협하고 있다. 전날 미국 제2 도시 로스앤젤레스(LA)의 부촌 벨에어까지 덮친 데 이어, 이날은 또 다른 대도시인 샌디에이고 인근에서 새 산불이 발화해 도시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샌디에이고에서 북동쪽으로 70㎞ 떨어진 본살 지역의 15번 주간 고속도로와 76번 도로 인근에서 산불이 일어나 5시간 만에 2500에이커(10㎢)를 태웠다.

젤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LA에 이어 샌디에이고 카운티에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 지역은 8~9일 바람이 다소 잦아들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면서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캘리포니아 산불로 대피한 캘리포니아 주민은 벤투라 지역 5만명을 비롯해 모두 20만명에 이른다. 휴교령이 내려진 학교는 320개가 넘고, UCLA는 각종 행사와 수업을 전면 취소했다.

전날 벨에어의 호화 저택 6채를 전소시키며 인근의 또 다른 부촌 베벌리 힐스까지 위협했던 산불은 이날 오후 진화율이 20%를 넘는 등 서서히 불길이 잡혀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애완동물들을 데리고 무사히 대피했다'는 글을 올렸던 배우 패리스 힐턴을 비롯해 산불로 가족과 함께 대피해야 해 공연을 취소한다는 글을 올렸던 가수 라이오넬 리치, 배우 귀네스 팰트로, 리즈 위더스푼, 에바 롱고리아 등 유명 연예인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유명 미술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게티센터 미술관은 곧 전시장을 다시 열 계획이다.




[뉴욕=김덕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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