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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나는 39조 마리 미생물 군단을 거느린 대인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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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 에드 용 지음|양병찬 옮김 | 어크로스|504쪽
| 만9800원

◆랩걸 | 호프 자런 지음|김희정 옮김 | 알마|412쪽|1만7500원

◆빅뱅의 메아리 | 이강환 지음|마음산책 | 252쪽|1만4000원

지능의 탄생 | 이대열 지음|바다출판사 | 320쪽|1만8000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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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 전성시대'다. 전문가 전용으로 여겨졌던 과학 서적이 대중 독자에게 성큼 다가서고 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올 1월 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출간된 과학책은 모두 631종. 3년 전인 2014년 같은 기간 출간된 과학책(487종)보다 140종가량 늘었다. 판매량도 2014년 동기 대비 36.7% 증가했다. Books는 과학책 저자, 출판사 대표, 서점 MD 등 모두 20명에게 '올해의 과학책' 선정을 부탁했다.

결과를 요약하자면 '문학적 따스함이 가미된 쉬운 과학책의 강세'.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책은 영국 과학 저널리스트 에드 용의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이 책을 추천한 김명자 한국과총 회장은 "수백 편의 논문과 연구 결과를 종합해 우리 몸속에 들어있는 미생물 39조 마리와 인간의 공생 관계를 해설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책은 지난 8월 출간돼 4800부가량 팔렸다. 원제 'I Contain Multitudes'는 휘트먼의 시(詩) '나의 노래' 중 '나는 대규모 군단을 거느린 대인배다(I am large, I contain multitudes)'에서 따온 것이다.

지구화학자 호프 자런 오슬로대학 교수의 '랩 걸', 천문학자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이 쓴 '빅뱅의 메아리', 신경과학자 이대열 예일대 석좌교수의 저서 '지능의 탄생'이 동수(同數)의 지지를 받아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랩 걸'은 여성 과학자의 연구실 속 일상을 식물의 생존 방식과 엮어 세밀화처럼 그려낸 에세이. 2월 출간 이후 1만부 넘게 팔렸다. 최근의 페미니즘 열풍이 호재로 작용했다. 추천자 최성훈 MID 대표는 "식물을 연구하는 '과학하는 여자'가 자신의 삶을 나무에 빗대어 과학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빅뱅의 메아리'는 우주론 입문서. 우주에 등장한 첫 번째 빛을 통해 빅뱅을 설명하는 '우주 배경 복사'에 관한 책이다. 강호정 연세대 교수는 "대중 과학서의 흔한 주제인 빅뱅을 깨알 같은 에피소드로 다시 풀어낸 재미"라고 선정의 변을 밝혔다. 자녀와 천문대 여행을 준비하는 부모들이 이 책의 주 구매자. 10월 중순 출간돼 초판 2500부를 소화했고, 2쇄를 준비 중이다. '지능의 탄생'은 지난 4월 출간돼 8월에 판매 1만부를 넘겼다. 인공지능에 대한 경고를 담은 기존 책들과는 달리 '인공지능을 보려면 우선 인간의 지능을 알아야 한다'는 명쾌한 주제로 접근한 것이 유효했다. 추천자인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뇌와 유전자 메커니즘을 통해 '지능이란 무엇인가'라는 어려운 질문에 굉장히 설득력 있게 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KAIST 박사과정생 송민령씨가 쓴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와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의 '울트라소셜'도 호평받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책이 추천받았지만 다음 주 소개하는 '올해의 저자'와 겹치는 책은 제외했다.

◆ '올해의 과학책' 추천 리스트 (추천인 이름 가나다 순)

◇ 강호정 연세대 교수

한국테크노컬처 연대기 (인문학협동조합)
: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발전과정을 밖에서 살펴보는 또하나의 시각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 질병이 생물화학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저자의 고민이 녹아있는 책
빅뱅의 메아리 (이강환)
: 과학대중서의 흔한 주제인 빅뱅을 깨알같은 에피소드로 다시 풀어낸 재미

◇ 김대식 KAIST 교수

문명과 전쟁 (아자 가트)
: 인류역사에서의 전쟁에 대한 모든 것. 대한민국 정치인, 장군, 사업가, 그리고 모든 지식인들에게 강제로라도 읽게 하고 싶은 책
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
: ‘사피엔스’로 인류의 과거를 재해석한 하라리의 미래 비전. 자연과 자신을 바꾸어 놀 수 있을 미래인류의 모습은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파이 - 뇌로부터 영혼까지의 여행 (줄리오 토노니)
: 1.2 kg의 고깃덩어리인 인간의 뇌. 뇌는 어떻게 정신과 자유의지와 기억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단테가 ‘신곡’을 통해 우리에게 천국과 지옥을 보여주었다면, 저자 줄리오 토토니는 뇌로부터 영혼까지의 위대한 여정을 보여준다.

◇ 김명자 한국 과총 회장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에드 용)
: 세계적인 과학 블로거이자 과학 저널리스트인 에드 용이 수백편의 논문과 연구 결과를 종합해 우리 몸속에 들어있는 39조 마리의 미생물에 대해 인간과의 팀 플레이 관계, 공생의 생태계를 해설한 책
모든 것의 기원 (데이비드 버코비치)
: 예일대 석좌교수인 데이비드 버코비치가 우주 138억년 역사에서 우주, 생명, 인류, 문명의 역사를 섭렵해 우주 기원과 인간의 기원에 대해 고찰(예일대 학생들의 극찬을 받는 과학강의를 책으로 출간)
지능의 탄생 - RNA에서 인공지능까지 (이대열)
: 예일대 신경과학자인 이대열 교수가 생명체의 진화과정에서 신경계통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RNA로부터 뉴런, 인공지능까지 생명의 진화사를 훑으며 신경과학, 경제사, 심리학을 아우르며 인간지능의 실체에 접근한 저술이다.

◇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송민령)
빅뱅의 메아리(이강환)
호기심의 과학(유재준)

◇ 김병준 생각의힘 대표

지능의 탄생 (이대열)
: 지능이 어떻게 출현했는지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인공지능 시대의 필독서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에드 용)
: 우리와 더불어 사는 미생물들의 세계를 생생하게 소개하는 최고의 과학저널리즘
죽이는 화학(캐스린 하쿠프)
: 애거서 크리스티의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14가지 독약 이야기

◇ 김상욱 부산대 교수

인포메이션 (제임스 글릭)
: 카오스의 스케일로 인포메이션을 이야기하다
울트라소셜 (장대익)
: 이야기꾼 장대익의 탁월한 단어선택, 초사회성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드는 책

◇ 노의성(사이언스북스 주간)

빅뱅의 메아리(이강환)
: 우주론의 최근 성과를 하나로 엮은 올해 최고의 입문서
울트라소셜 (장대익)
: 인간의 사회성에 대한 진화 과학의 연구 성과와 통섭적 통찰을 잘 보여 주는 역작
초유기체 (베르트 횔도블러, 에드워드 윌슨)
: 두께는 무시무시하지만, 한 꼭지 한 꼭지 읽다 보면 흥미진진한 새로운 사실들에 푹 빠지게 되는 책

◇ 박재환 에코리브르 대표

내 속에 미생물이 너무 많아 (에드 용)
: 미생물이 빚어낸 기묘한 공생의 드라마를 즐기다 보면 인간과 자연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야을 얻게 된다.
아인슈타인 일생 최대의 실수(데이비드 보더니스)
: 세상을 바꾼 천재적인 과학자라 할지라도 열린 마음을 갖지 않으면 얼마나 인간이 피폐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교훈적인 책
곤충의 통찰력 (길버트 월드바우어 지음)
: 인류에게 맞서는 곤충의 진화와 곤충을 활용해 과학을 발전시킨 인류의 진화를 동시에 보여준다.

◇ 박태근 알라딘 MD

새를 기다리는 사람 (김재환)
: 과학이 지식을 쌓는 방법뿐 아니라 호기심을 키우고 공감을 넓히는 태도라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하는 '화가의 탐조일기'.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에드 용)
: 내가 살아가는 세계가 이토록 풍성하고 내 생명이 이토록 풍부하게 더불어 살고 있다는 놀라움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알아가는 기쁨까지 함께 전하는 책.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트리스탄 굴리)
: 모든 생명이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인간만이 점차 신호를 무시해왔음을, 이 신호에 감각을 여는 순간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생명으로서 더불어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음을 알려주는 책.

◇ 박형욱 YES24 MD

에이다, 당신이군요. 최초의 프로그래머(시드니 파두아)
: 컴퓨터 탄생 비화를 담은 흥미로운 모험담. 지적이고 기발한데다 참신하고 아름답다.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에드 용)
: 동물과 미생물이 하나의 팀이 되어 만들어내는 놀라운 공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감각의 미래 (카라 플라토니)
: 감각에 대한 연구의 현주소, 우리가 만나게 될 아주 가까운 미래의 인류를 보여주는 책

◇ 배수원 반니 편집부장

야밤의 공대생 만화(맹기완)
: 과학책을 읽지 않던 독자들까지 확산의 공로가 큼
메이커스:어른의 과학(동아시아)
: 이제는 우리나라도 이런 도서를 갖게 되었다!
사이언스앤더시티(로리 윙클리스)
: 도시를 과학적으로 탐험한 신선미에 한 표

◇ 송민령 카이스트 박사과정

시티그리너리 (최성용)
: 생태와 생명을 소개하며 일상에 작은 기쁨을 더해주는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 아픔을 힘으로 전환시키는, 발로 뛰는 학자의 명확한 숫자, 따뜻한 이야기, 색다른 시선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장동선)
: 인지과학의 흥미로운 실험들을 통해 나 자신과, 나와 같고도 다른 타인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열어주는 유쾌한 책

◇ 이갑수 궁리 대표

랩 걸 (호프 자런)
: 씨앗이 나무가 되듯, 긴 시간을 견뎌 우리는 그렇게 스스로를 피워낸다.
공감의 시대 (프란스 드 발)
: 자연도 아는 '공감'이라는 위대한 능력! 우리는 공감의 시대를 살고 있는가?
야밤의 공대생 만화(맹기완)
: 재미와 과학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책.

◇ 이은혜 글항아리 편집장

DNA 혁명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전방욱)
: 우리는 여전히 서구의 과학기술을 뒤쫓는 데 여념없다. 그래서 국내에 아직 없는 문제의식조차 서구의 것을 들여옴으로 인해 그에 맞는 문제의식까지 추격할 정도다. 한편 과학기술에만 관심이 있어 윤리 문제는 여전히 뒷전이다. 특히 대중에게 있어서는. 이 책은 최신 과학기술을 소개할 뿐 아니라 윤리 문제까지 간과하지 않아 의미가 깊다.
야밤의 공대생 만화 (맹기완)
: 재밌어서 밤새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만화책 한 권 읽지 않는 편집자인데, 이런 저자의 책은 꼭 펴내고 싶다.
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공부(박문호)
: 가장 핫한 분야인 뇌과학에 대해 일러스트와 함께 꾸준히 소개하고 집대성하는 저자. 특히 대중이 이 분야를 알아나가는 데 도움을 준다.

◇ 장동선 뇌과학자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김학진)
지능의 탄생 (이대열)
송민령의 뇌과학연구소 (송민령)

◇ 장은해 교보문고 MD

랜들 먼로의 친절한 과학 그림책 (랜들 먼로)
: 간략한 선 그림과 쉬운 단어들만을 사용해 인체 세포부터 최첨단 과학기술까지 단순하고 명쾌하게 과학을 설명한다. 좋은 책들이 그러하듯 쉽고, 재미있고, 유익하다.
랩걸 (호프 자런)
: 작은 씨앗에서부터 꽃과 열매를 맺기까지 식물의 성장과정을 매개로, 한 여성 과학자의 삶을 성찰한다. 유쾌하고 따스한 과학의 이면과 식물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책.
수학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 (오구리 히로시)
: 보다 의미 있는 일상을 위한 도구로서의 수학에 대해 기본 개념부터 수학과 관련된 역사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수포자도 기꺼이 수학의 재미와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책.

◇ 최성훈 MID 대표

랩걸 (호프 자런)
: 식물을 연구하는 '과학 하는 여자'가 자신의 삶을 나무에 빗대어 과학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야밤의 공대생 만화 (맹기완)
: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재밌는 ‘과학 만화’가 아니라 ‘재밌는’ 과학 만화를 처음 만났다.
바이오닉맨 (임창환)
: 인간의 미래를 책임질 기술을 쉽게 엮어내어 인간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그려볼 수 있게 한다.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프란스 드 발)
: 동물의 인지 분야 세계 최고의 학자가 들려주는 동물의 사고 능력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 기르고 있는 반려동물은 물론 이 세상 모든 동물을 다시 보게 할 것이다.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 (이원영)
: 까치의 행동 연구로 박사 학위를 한 다음 지금 남극 세종기지에서 펭귄 연구를 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극지동물행동학자의 북극 탐험기.
인간의 위대한 여정 (배철현)
: 인간 진화사에 관한 종교학자의 과학적 분석은 가장 이상적인 통섭적 접근을 보여준다.

◇ 최형섭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김명호의 과학뉴스 (김명호)
: 어린이를 위한 과학 만화가 아니다.
나의 1960년대 (야마모토 요시타카)
: 일본의 엘리트 물리학도가 전공투 대표가 된 까닭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김재인)
: 한국의 철학자가 인공지능에 대해 각잡고 성찰해본 결과물

◇ 한성봉 동아시아 대표

물고기는 알고있다(조너선 밸컴)
: 우리가 너무 몰라서,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 물고기 생태에 대한 미시적인 재미와 사회생활의 경이로움을 느끼는 책
우주, 시공간과 물질(김항배)
: 우리 저자가 쓴 우주론에 대한 표준교과서. 약간의 깊이를 헤쳐 나가면 경이로운 우주의 세계를 만난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 사회역학이라는 보건학의 새로운 학문에 우리의 현실을 잘 포착하여, 맛갈난 문장으로 대중적 상찬과 깊이를 동시에 얻은 책


'올해의 과학책'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들(가나다순)

강호정 연세대 교수, 김대식 KAIST 교수, 김명자 한국과총 회장,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김병준 생각의힘 대표, 김상욱 부산대 교수, 노의성 사이언스북스 주간, 박재환 에코리브르 대표, 박태근 알라딘 MD, 박형욱 예스24 MD, 배수원 반니 편집부장, 송민령 카이스트 박사 과정, 이갑수 궁리 대표, 이은혜 글항아리 편집장, 장동선 뇌과학자, 장은해 교보문고 MD, 최성훈 MID 대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형섭 서울 과학기술대학교 교수, 한성봉 동아시아 대표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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