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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영화관 손님 5년째 '제자리걸음'… 5년 뒤엔 280만명 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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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등 변수 없던 올해도 전체 극장 관객 수 정체

'미래 고객' 20~30대 비중 줄어

"아시아 전역서 통할 '삼국지' 등 작품 기획 염두에 두어야"

"한국 영화계가 좁은 국내 시장에 머문다면 예상보다 빨리 죽을 것 같습니다."

6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 비즈니스관. 영화 산업 미디어 포럼의 발표자로 나선 서정(57) CGV 대표의 안색은 그리 밝지 않았다. 한 해 영화 시장을 결산하는 이날 자리에서 서 대표는 암울한 통계와 비관적 전망을 쏟아냈다. 그는 "올해는 세월호(2014)와 메르스 사태(2015), 촛불 정국(2016) 같은 돌발 변수가 없었기 때문에 전체 극장 관객이 2억30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면서 "하지만 별다른 악재가 없었는데도 2억1000만명대를 돌파하지 못하고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2013년 한 해 전체 관객이 2억1335만명을 기록한 이후, 올해까지 5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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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같은 기존 복합 상영관에 이어 배급사 NEW도 최근 영화관 '씨네Q'를 경북 구미와 경주에서 개관했다. 극장과 스크린도 10년 전보다 2~3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전체 영화 관객은 5년째 답보 상태다. '스크린당 관객 숫자'는 지난 2006년 14만명에서 지난해 8만4000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객석을 채우지 못한 채 텅 빈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엔 저출산과 고령화 같은 인구 구조 변화가 우선적 요인으로 꼽힌다. 또 관객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않은 과잉 투자의 책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극장 처지에서 가장 두려운 건, '미래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20~30대 젊은 관객의 비율 감소다. CGV 회원들의 티켓 구입을 기준으로 볼 때, 20~24세와 30~34세 관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에 비해 각각 1.2%포인트와 4.0%포인트 하락했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온라인에서 특정 주제에 대해 언급하는 횟수를 뜻하는 버즈(buzz)양(量) 역시 올해 상영작이 2013~2016년 평균보다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화가 '소문'을 덜 타고 있다는 뜻이다. 이승원 CGV 리서치센터장은 "인구 구조 변화를 감안하면 5년 뒤인 2022년에는 전체 관객이 지금보다 280만명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영화계에서도 '해답'을 모르는 건 아니다. 영화 투자 배급사인 쇼박스와 CJ엔터테인먼트 등은 할리우드 영화 제작에 직접 참여하거나, '수상한 그녀' 같은 국내 인기작을 현지 버전으로 리메이크하는 등 해외 진출을 가속하고 있다. 일회성 개봉에 그치지 않고 수년에 걸쳐서 꾸준하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효자 상품' 개발에도 심혈을 쏟고 있다. 제작비 400억원에 이르는 '신과 함께'를 올해와 내년에 걸쳐서 2부작으로 개봉하거나, '조선 명탐정' 같은 시리즈를 3편까지 만드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김익상 서일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한국 영화가 당장 할리우드와 대등하게 경쟁하거나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해도 아시아에서는 충분히 통할 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충효(忠孝)와 가족을 강조하는 주제나 '삼국지' '서유기' 같은 고전 등 아시아 전역에서 통할 수 있는 작품을 기획 단계부터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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