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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마을계획단원 “마을 어른들 격려로 끝까지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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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마을 활동으로 모범구민상 받은 고2 김상우군

시 낭송회에 창작시로 참여하고

첫 포스터도 직접 제작

엄마 권유로 마을계획단 참가

한겨레

12월3일 강서구 마을공방 ‘꿈샘누리’에서 한서고 2학년 김상우군이 자신이 만든 방화3동 마을계획단 마을문화분과의 시 낭송회 포스터를 김화경씨와 함께 살펴보고 있다. 김상우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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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한서고 2학년 김상우(17)군은 마을계획단 활동으로 지난 11월29일 모범구민상을 받았다. 마을 활동으로 열린 시 낭송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마을계획단은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사업의 하나다. 주민들이 마을에 필요한 과제를 찾고 문제를 풀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주민 모임이다. 현재 49개 동에서 약 5000명의 주민이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연령대도 다양해 어른뿐만 아니라 초중고 학생들도 참여한다.

김군이 마을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어머니 김화경(47)씨의 역할이 컸다. 김씨는 방화3동 마을계획단 마을문화분과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마을계획단은 활동 프로그램으로 시 낭송회를 정했다. 시 낭송은 지도할 사람만 있으면 주민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마침 성우로 일하고 있는 박신영씨와 연극영화 전공자인 성유경씨가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다. 준비 모임에서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듣고 김씨는 아들을 떠올렸다. “상우에게 한번 해보겠느냐고 물었더니 선뜻 하겠다고 나섰어요.”

어머니가 보는 아들 김군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이과반인 상우가 글을 잘 못 쓰는데도 빼지 않고 잘 못하는 걸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라고 김씨가 전했다. 첫번째 낭송회에서 김군은 중3 때 썼던 자작시(<2월>)를 다듬어 참여했다. 춥고 캄캄하고 답답한 땅에서 꽃이 피듯 마을도 살아난다는 의미를 담았단다. “동네 어른들이 잘한다고 해주셔서 힘내 끝까지 즐겁게 할 수 있었어요.”

시 낭송회 첫 포스터도 김군이 만들었다. 여동생이 밑그림을 그리고 김군이 포토샵 프로그램을 활용해 작업했다. 중학교 때 아버지에게 잠깐 배웠던 포토샵 사용법 기억을 되살리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가며 며칠 만에 뚝딱 만들어냈다. 방화3동주민센터 김택규 주무관은 “형식적이지 않고 마을에 대한 애정을 갖고 주민들에게 따뜻하게 와닿게 포스터 디자인과 문구를 잘 만들어 모두 엄청 좋아했어요”라고 전했다.

첫 시 낭송회는 조촐했다. 동주민센터 한편에서 주민 10여명이 모여 치렀다. 두번째는 마을총회와 함께 열려 음악회도 곁들여졌다. 올해 마지막 4회 땐 강서구 주민인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도 초청하고, 지역 대학 재즈팀, 아빠들 밴드도 참여해 시 낭송 콘서트로 발전했다.

마지막 회에서 김군은 주제시(<가을편지>)를 낭송했다. 학교 특강이 있는데도 어렵게 참여했다. “첫회처럼 작은 규모라 생각하고 갔는데 큰 행사라 살짝 부담스러웠다”는 김군의 말에 어머니 김씨는 “주변 어른들 칭찬이 큰 힘이 돼 상우가 자신감을 많이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 앞에서 감정을 잡고 시를 낭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서툴러도 노력하는 모습에 칭찬을 받았단다. 김군은 “눈치를 안 보는 것이 아니라 눈치를 못 보는 스타일”이라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한다.

김군 가족은 오랫동안 화곡동에서 살았다. 2011년 방화3동으로 이사 와 6년 동안 살다가 올해 3월 공항동으로 이사했다. 건축설계를 하는 엄마 김씨는 아이 셋을 출산할 때 잠시 쉰 것을 빼고는 계속 일했다. 제품디자인을 하는 남편과 함께 아이들 키우며 일하느라 늘 바쁘게 살아왔다. 밤늦게 다니는 부부를 보고 ‘뭐 하는 사람들이냐’고 이웃들이 쑥덕거렸다. 김씨는 일을 줄이고 집에 있는 시간을 늘렸다.

아이들이 집에서 친구들과 놀면서 동네 주부들과도 교류하게 됐다. 마을공동체 사업을 알게 되면서 애들 과학실험 놀이와 가족 소통 프로그램 ‘효도밥상’을 만들었다. 아이가 구운 도자기 그릇에 아이가 만든 음식을 담아 부모님에게 드리는 거였다. 아버지들 반응이 좋았다. 근처에 있는 친척의 텃밭에서 가족들이 참여하는 주말농장도 함께했다. 아이들과 함께 방화11사회복지관에 가서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삼시세끼’ 봉사도 펼쳤다.

김군은 늘 열심히 하는 어머니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얼굴은 아빠 닮았는데 성격은 엄마 닮았다”고 말한다. 얼마 전 3년째 요리보조 봉사활동을 해온 복지관에서도 봉사상을 받았다.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한 일인데 너무 크게 평가돼 좋기도 하면서 부담스럽기도 해요. 요즘 친구 관계, 진로 고민 등으로 자신감이 뚝 떨어져 있었는데 상을 받으니 다시 힘이 나요”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고3이 돼도 봉사활동을 이어가려 한다. “매달 너덧 시간 하는 봉사라 큰 부담도 없고 제가 하고 싶은 걸 찾는 시간이라 꼭 계속하고 싶어요.” 김군의 원래 꿈은 로봇공학자였는데 봉사활동, 마을계획단 활동에 참여하면서 바뀌고 있다. “세상에 필요한 것을 하는 좋은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요.”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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