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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노래방 있던 지하 1층, 이제는 테니스·야구·양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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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하에 들어선 테니스장·야구장·양궁장

이용료 1만원대 안팎 20~30대 인기

재미·운동 일석이조···먹거리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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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국 기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지하 스크린 테니스장에서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임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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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말엽 유럽을 휩쓸었던 한센병이 사라지자, 그들을 격리했던 수용소는 정신병원과 감옥으로 바뀌었다”고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말했다. 뜬금없는 푸코 타령이냐고? 현재 도심가 건물 지하를 점령한 스크린 골프·야구장 등은 과거 노래방이나 룸살롱이 있던 곳이었다. 취객들의 고성방가가 가득했던 지하는 이제 땀내가 후끈한 운동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무언가 사라진 자리를 새로운 무엇이 차지하는 것은 일종의 사회 현상일 터. 왜 사람들이 지하로 내려가 운동을 하는지 궁금했다. 최근 ‘지하 운동권’을 주름잡고 있다는 3가지 운동을 직접 체험해봤다. 하루 종일 지하에서 운동을 하다 보니, 추운 줄 모르고 하루가 갔다. 추울 땐, 이제 핫팩을 찾을 게 아니라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

진정한 ‘황제 테니스’ 스크린 테니스

지하에서 못 하는 게 없는 세상이지만, 테니스도 지하에서 한다니. 처음에 듣고 “뭐라고요?”라고 반문할 정도였다. 전직 대통령이 군 지하 벙커를 통째로 빌려 황제 테니스라도 치는 건가. 역대급 11월 추위가 찾아온 지난달 30일 오후, 반신반의하며 서울 강남구 선릉역으로 향했다.

어, 정말. 딱 노래방이 있었을 것 같은 빌딩 지하인데 입구에 테니스장이라고 쓰여 있었다. 내려가 보니 일반적인 실외 테니스장보다는 작았지만 테니스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여러 개 마련돼 있었다. 사람들이 공을 격렬하게 주고받는 실제의 테니스장은 당연히 큰 공간이 필요하겠지만, 이곳은 화면 속 가상의 인물과 대결을 하는 곳이었다.

“난생처음 테니스 쳐 본다”고 했는데, 업장 코치가 괜찮다며 강습을 시작했다. 화면 버튼을 몇 번 누르자, 테니스의 가장 기초인 ‘포핸드’ 교육 모드로 들어갔다. 한 번 바닥을 맞고 오는 공을 앞으로 쳐서 네트를 넘기는 것이다. 잘 맞으면 인(IN) 처리가 되고, 잘못 맞으면 화면에 ‘아웃’(OUT)이라고 떴다. 코치는 “실제 코트에서 치는 것과 똑같다”고 했다.

이곳은 지난달 20일 문을 열었는데, 벌써 많은 이들이 등록을 하고 있다. 30여분 이용료는 2만원이고, 주 1회 레슨 기준으로 한 달에 8만원 정도다. 가격은 고정된 게 아니라 지역이나 상권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 이용이 아니라 레슨까지 포함된 가격이라 실제 테니스 강습을 받는 것보다는 30% 정도 싸다고 했다. 등록 고객 70% 이상이 여성인데, 최근 젊은 직장 여성 사이에서 부는 테니스 열풍을 보여주는 듯했다.

계속해서 나오는 공을 받아치고 있으니 땀이 나기 시작했다. “30분만 하면 땀이 나서 샤워를 해야 한다”고 코치가 말했다. 매장 안엔 사물함과 샤워실까지 마련돼 있다.

포핸드 교육 뒤엔 백핸드 교육으로 넘어갔다. 포핸드보다는 확실히 어려웠다. 코치는 계속해서 자세를 잡아주었다. 공 빠르기는 물론이고 포핸드, 백핸드를 번갈아 가면서 하는 훈련 모드도 있었다. 초보인지라 훈련 모드로만 했는데 코치가 대련 모드 시범을 보여주니 꽤 빠른 공이 화면 속에서 튀어나왔다. 실제 사람과 하는 것과 차이가 없단다.

테니스는 과거 상류층의 스포츠였다. 한국에서도 방귀 좀 뀐다는 사람치고 테니스 하지 않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만큼 일반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지금도 각 클럽에선 가입 인원을 조절하는 등 쉽게 테니스를 배우고 즐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나만을 위한 테니스 코트가 생긴 것이다. 공도 주울 필요가 없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황제 테니스가 아닌가! 조만간 직장인들의 ‘핫 플레이스’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장점: 초보자도 손쉽게 테니스를 배울 수 있다.
단점: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대중화에 시간이 걸릴 듯.


나도 로빈 후드…양궁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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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국 기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신논현역 인근 양궁 카페에서 활을 쏘고 있다. 이정국 기자 제공

'>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엔 새로운 해시태그가 인기로 떠올랐다. 바로 ‘양궁’이다. 양궁을 검색하면 꽤 많은 사진이 검색된다. 이 추운 겨울, 웬 양궁이냐고? 3개월 전부터 전국에 양궁 카페가 급속도로 번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양궁을 하면서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양궁을 대중화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밤,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 한 건물 지하의 양궁 카페를 찾았다. 한쪽에 과녁이 있는 것은 다트게임장과 비슷했지만, 안전을 위해 칸막이가 있는 것은 조금 달랐다.

처음 양궁 카페에 가면, 무조건 강습을 먼저 받아야 한다. 화살 18발을 쏘며 교육받는 비용은 7000원이다. 연습용 공간은 과녁까지 5m로 짧은 편이다. 이곳에선 기본자세와 활을 걸고 쏘는 법을 배운다.

활은 연습용이기 때문에 일반 선수들이 쓰는 것의 3분의 1 무게라고 했다. 그래도 오래 들고 있으니 팔이 후들후들했다. 활시위를 턱까지 끌어당기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시위를 놓을 때 얼굴을 때릴 거 같은 느낌이 들어 쉬 놓지를 못했다.

“쉭, 퍽.” 눈 깜짝할 사이에 화살이 날아가 과녁에 꽂혔다. 엄청난 속도와 힘이었다. 코치는 “실제 선수용 활은 사람 몸을 3명이나 뚫을 정도로 강력하다”고 했다. 교육받을 때 안전에 대한 주의를 많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8발을 쏘면서 훈련을 하니 대충 감이 왔다. 이번엔 10m짜리 게임장으로 옮겼다. 3발씩 6엔드를 하는 미니게임의 가격은 8000원. 비싸지 않다. 6발씩 6엔드를 할 경우 1만5000원이다.

10m로 거리가 늘어나니 활이 날아가는 맛이 한층 더 느껴졌다. 화면으로 과녁을 볼 수가 있어 직접 점수 확인이 가능하고, 컴퓨터로 바로 입력할 수 있다. 볼링에서 점수 기입하는 것과 비슷했다.

상당한 매력을 느꼈다. 자세도 바로잡아주는데다, 시위를 당길 때 스트레칭까지 되니 어깨가 시원한 느낌도 있었다. 물론 게임을 마치고 나니 손가락과 팔이 아파오긴 했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 첫 근육이 아픈 법이다.

장점: 저렴한 가격과 색다른 경험.
단점: 팔의 힘이 약한 사람은 힘들어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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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국 기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지하 스크린 야구장에서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임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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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장소로 급부상 중…스크린 야구

같은 날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건물 지하의 스크린 야구장.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의 화려한 손잡이를 볼 때 과거 이곳이 어떤 곳이었는지가 짐작이 갔다. 기세등등한 동장군 때문에 지상의 세계는 텅텅 비었지만, 지하엔 수많은 학생들이 들어차 있었다. 대낮에 웬 학생들? 매장 직원은 “수능이 끝나서요” 하며 씩 웃었다. 맞다. 수능이 끝났지.

말로만 듣던 스크린 야구. 스크린 골프까지는 들어봤는데, 어떻게 스크린 야구가 될지 궁금했다. 방에 들어서자 “우와” 소리가 터져 나왔다. 생각보다 공간이 훨씬 컸다. 방 한쪽 벽엔 커다란 스크린이 있고, 맞은편엔 타석이 있다. 물론 타석 뒤 안전 공간도 있다. 매장에서 직접 주문한 술과 안주를 먹는 일종의 대기 공간이다. 스크린부터 타석까지 거리는 10m 정도다. 빠른 속도로 공이 날아오기 때문에 안전이 걱정일 수 있지만, 센서가 장착돼 있어 타석에 서지 않으면 절대 공이 나오지 않는다. 안심해도 된다.

과거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하던 옥외 야구장하고 기본 구조는 비슷했지만, 자세하게 들여다보니 완전히 달랐다. 500원짜리 야구장은 공이 날아오고 치는 게 전부였다. 이곳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개인 기록과 스윙 자세가 자동으로 저장되는 등 정보기술(IT)을 제대로 접목했다. 공의 속도, 구질까지 설정이 가능한데다 타격을 했을 때 타구의 방향에 따라 안타, 아웃 등을 센서를 통해 정확하게 측정한다.

구장 밖에서 초보용으로 세팅을 한 뒤 헬멧을 쓰고 타석에 서자 ‘공이 나오니 주의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안전에 꽤 신경을 쓴 모양이었다. 화면 속 투수가 공을 던지자 정확하게 던지는 손 부위에서 공이 ‘휙’ 날아왔다.

“와우.” 놀랐다. 조금 ‘오버’하자면, 메이저리그 엘에이(LA) 다저스의 투수 클레이턴 커쇼가 던진 볼을 실제로 타석에서 보면 이런 느낌일까. 500원짜리 야구장과는 확연하게 다른 살아 있는 ‘볼 끝’. 경력이 꽤 있는 사회야구인이 던진 공 같았다. 신기하게도 빗맞은 타구는 파울이나 아웃 처리가 되고, 잘 맞은 타구는 안타로 기록이 됐다. 3회 동안의 미니게임 동안 만루 홈런도 한 번 쳐봤다.

타격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자기가 투수가 돼서 타자를 상대할 수도 있었다. 화면 속 특정 부위에 공을 던지면 스트라이크 처리가 되는 방식이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공을 치고 던지고 했더니 땀이 흠뻑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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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스크린 야구 산업 규모가 올해 말 기준 2000억원에서 2020년 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야구를 워낙 좋아한다. 스크린 야구 업체인 스트라이크존 관계자는 “날씨가 추워지는 연말이 되면 부서 회식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다. 저녁엔 예약을 안 하면 이용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생맥주에 치킨, 감자튀김 같은 안주도 파니 회식 장소로 괜찮아 보였다.

장점: 부서 회식 장소의 새 장을 열었다.
단점: 시간당 이용요금이 4만8000원으로, 적은 인원이 이용하면 부담 될 수도.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Underground

땅속, 지하를 통칭. ‘지상’이 복잡해지면서 ‘지하’를 활용한 대중교통, 복합상가 및 근린시설 등이 급속히 확대되는 추세다. 영국에서는 지하철을 의미하기도 하며, 반체제 활동 조직이라는 뜻도 있다. 방송에 나와 대중성 짙은 음악을 하는 사람(오버그라운드)과 달리 클럽 등 소규모 공연을 선호하며 소수의 마니아층에게 알려진 뮤지션을 ‘언더그라운드’라고 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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