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 된 책 가격 높다면 찾는 독자 많다는 의미
저 허름한 헌책방은 그러나 또 다른 도약 지점이 될 수 있다. 절판된 뒤 헌책방에 들어갔으나 독자의 뒤늦은 입소문으로 몸값 귀해진 구간(舊刊)이 잇따라 복간되고 있다. /조선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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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시세가 문학의 재발굴을 낳고 있다. 지난 9월 다산북스가 19년 만에 복간한 페루 시인 세사르 바예호(1892~ 1938) 시선집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도 마찬가지. 1998년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이 시집 초판은 알음알음 헌책방에서 '귀한 몸'으로 거래됐고, 지금도 최상품의 경우 인터넷 헌책방에 18만원대 매물이 나와있다. 문학팀 이승환 편집자는 "소셜 미디어에서 바예호의 시를 접하고 정말 마음에 들어 인터넷 검색을 하다 7000원짜리 국내 초판이 헌책방에서 권당 10만원 수준에 거래되는 걸 알게 됐다"면서 "복간은 신선도 면에서 취약할 수 있지만 높은 헌책방 시세가 이 책을 원하는 독자가 많다는 증거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남미 작가의 시집으로는 이례적으로 3000부 판매됐다.
헌책방 시세는 책 상태나 지명도 외에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다. 이상한나라의헌책방 주인 윤성근(42)씨는 "작가 언행이나 책 성격 등에 따른 평판 변화도 헌책 값에 변동을 준다"고 말했다. 지난달 벽초 홍명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두호(74)의 장편만화 '임꺽정'이 15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바다출판사 서슬기 편집자는 "수십만원에 달하는 헌책방 시세에서 시장성을 내다보기도 했지만 시대 모순을 관통하는 임꺽정의 일대기가 지금 세태와 부합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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