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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낙태와 인권]②낙태가 살인죄인 이슬람국가들, '임신중절약'은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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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흔히 이슬람국가들은 낙태와 관련해 극도로 보수적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임신중절약(Abortion pill)' 판매에 대해 대부분 국가에서 합법이다. 낙태를 살인죄로 취급하는 이슬람교임에도, 교리에 따라 임신 4개월 이전의 낙태에 대해서는 대단히 관대한 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중세 크리스트교의 '영혼입주설(ensoulment theory)'과 비슷한 이슬람교의 교리가 적용된다. 이슬람교에서는 남성의 정자가 여성의 자궁에 들어가 120일이 지나야 영혼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그 이전에는 피와 살이 응고된 모체의 일부로 취급된다. 그러다보니 보통 임신 7주 이내에 복용하는 중절약의 판매를 금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

다만 4개월이 넘어 영혼이 만들어진 이후의 태아는 인간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그 이후의 낙태는 살인죄로 취급된다. 이슬람 교리에서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행위는 매우 심각한 죄악이기 때문에 4개월이 넘은 태아에 대한 위해는 살인죄로 취급받는다. 4개월 이후에는 낙태가 아니라 타인의 과실로 유산이 됐을 경우에도 살인죄가 적용된다. 대신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에는 허용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낙태와 관련돼 엄격한 국가들은 사실 이슬람국가들보다는 카톨릭을 국교로 삼은 국가들이다. 예외를 두지 않고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국가들은 칠레,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 바티칸시국, 몰타, 니카라과 등이 있다. 카톨릭에서는 생명윤리 문제와 관련해 낙태와 사형제 금지를 동시에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비의 희년'기간에 사제들이 낙태 여성을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 유화적 조치도 나왔지만, 여전히 원칙적으로는 낙태에 대해 금지하고 있다.

한편, 낙태에 대한 별도의 규제가 없는 국가들은 공산주의 국가들이 많은 편이며, 이들 나라들에서는 종교적 영향력이 공산혁명 이후 거의 제거된 상황이라 논쟁 대상으로 취급하기 보다는 국가 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낙태 규제가 별도로 없는 나라들 중엔 인권문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가들이 많다.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 북한, 쿠바 등이다. 이외에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구소련 치하에 놓였던 국가들도 낙태 문제에 대해 별다른 규제가 없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산아제한 문제 때문에 낙태에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중국은 장기간 한자녀 정책을 유지하면서 낙태를 오히려 국가의 필요에 따라 장려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경우에는 공산혁명 이후에 낙태에 대한 금지가 철폐됐다가 다시 스탈린 시절에 금지됐다가 다시 허용되기를 반복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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