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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진로·적성 고려해 과목 선택"…"혼란 가중" 반대도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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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발표 첫날부터 논란 가열 / 교육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 학생이 수강신청… 학점 따면 졸업 / 획일적 체제로는 역량 발휘 불가 / 학생에 흥미·책임감 유발 긍정적 / 교원단체 “학습 불균형 심화” / 입시제도 미해결 상태서 시행 땐 / 국·영·수 중심으로 학생 몰릴 것 / 도농격차 축소 등 사전과제 산적

전교조 “개념·인력 등 미비”

고교 서열화문제는 입시와 직결

국·영·수 등

“고등학교 교육 혁신을 위한 한 걸음” vs “학교 현장의 혼란과 부담만 가중할 것”

교육부가 27일 내놓은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 및 연구학교 운영계획’을 둘러싼 교육계의 논란이 뜨겁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한다면 입시·경쟁 중심의 획일적인 교육도 서서히 완화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면에 고교 내신 평가와 대입제도 개선이 전제되지 않는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학습 격차와 학교 혼란만을 부추길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세계일보

학생 이야기 듣는 부총리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고교학점제 선택형 교육과정 우수학교인 서울 방화동 한서고등학교에서 정부의 고교학점제 시행 계획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수업을 참관하면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현장선 긍정·우려 평가 엇갈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서울 강서구 한서고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와 세부 추진계획 등을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현재와 같은 획일적인 교육체제에서는 모든 학생이 각자의 잠재력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어렵다”며 “미래 사회가 원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고교학점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교육부의 고교학점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간담회가 열린 한서고는 올해 1학기부터 고교학점제 초기 모델격인 ‘개방형 선택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 2학년 함미정양은 “스스로 과목을 선택할 수 있어 흥미와 책임감이 생겼다”며 “수업 분위기도 전보다 개선됐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고영석군은 “어릴 때부터 경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자연계인데도 경제를 배울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개방형 교육과정의 긍정적인 면은 인정하면서도 우려를 표했다. 김상래 한서고 교무부장은 “10대 후반 학생들은 대부분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학습자가 아니다”며 “이 때문에 교사가 학생과 정서적 교감을 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형성 노력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 학부모 김현경(여)씨는 “아이들이 듣고 싶은 과목을 듣는 건 좋은데 학급이 줄고, 교사 수급도 문제가 있는 거로 안다”며 “학생 수가 적은 과목을 선택할 경우 내신에 불이익이 있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교육부의) 대책을 듣고 싶다”고 털어놨다.

김 부총리는 “교사당 학생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치는 만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한 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은 지역 내 학교들이 공동교육과정을 개설하게 하고, (내신) 평가 방식을 손보는 등 선택 과목에 따라 불이익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세계일보

◆대입제도 개선·지역 격차 해소 관건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도입 배경의 하나로 내세우는 ‘고교 서열화 해소’는 고교 교육제도 개선만으로 해낼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교과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중심인 대입제도 개편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내 “입시제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여전히 국·영·수가 중심으로 과목을 집중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 불균형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도 이런 교육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난 8월 말로 예고했던 수능 개편은 반대 여론에 가로막혀 내년 8월로 1년 유예됐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안착을 전제로 고교 내신 절대평가와 이수(Pass)·미이수(Fail) 제도 도입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비해 단계적으로 (내신 평가와 대입제도 등)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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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이야기 듣는 교육부총리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고교학점제 선택형 교육과정 우수학교인 서울 방화동 한서고등학교에서 정부의 고교학점제 시행 계획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수업을 참관하면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도농 간 교육 격차 확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교원 수급과 인근 학교와의 공동과목 개설 등이 비교적 수월한 도시에 비해 농산어촌이나 도서 지역은 상대적으로 여건이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선 학교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크게 는다는 점도 교원단체들이 고교학점제에 반대하는 한 이유다.

교육부는 온라인 교육과정과 순회교사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완하면 지역 간 격차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교사들의 부담과 관련해서는 연구학교당 교과 교사를 1명 이상 늘리고 수업 이외 잡무를 줄이는 한편, 학교당 해마다 4000만∼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여건 조성, 내신평가·대입제도 정비, 교육에 있어 도농 격차 축소 등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한 사전 과제가 너무 많다”며 “학교 현장에 혼란이 없도록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교육계 관계자들도 교육부가 2022년으로 예고한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시기를 더 늦추는 등 신중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육학과 교수는 “이명박정부 당시인 2010년 전후로 고교학점제가 논의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내신이나 교원 수급 등의 문제로 보류됐다”며 “고교학점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쳐 보다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민섭·김주영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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