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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입시를 마친 대학생들이 ‘예비 대학생에게 요구되는 수학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시험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쳐보면 어떤 점수가 나올까. 지난 25일 서울 성동구 한 북카페에서는 대학생 7명이 2018학년도 수능 문제를 직접 풀어보는 특별한 모의수능이 열렸다. 실험 결과 원점수를 기준으로 자신이 합격한 대학교에 다시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의 점수를 받은 사람은 단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교육혁신단체 프로젝트 ‘위기’가 현행 수능제도의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주최한 이날 시험에는 국어영역에 총 4명, 수학(나) 영역에 1명, 영어영역에 2명의 대학생이 참여했다. 위기에 따르면 영역별 평균점수는 국어영역 68.25점, 영어영역 60.5점으로 나타났다. 입시기관 예상 등급구분점수를 적용하면 국어영역 평균점수는 5등급, 절대평가인 영어영역은 4등급에 해당하는 점수다. 수학영역에 도전한 대학생 1명만 100점 만점을 받았다. 입시기관들이 예측한 원점수 기준 주요대학 합격선을 적용한 결과, 자신이 합격했던 대학교에 다시 합격할 수 있는 성적을 올린 사람은 1명뿐이었다.
수능에 도전한 대학생들은 이날 실제 수능과 똑같은 방법으로 시험을 치렀다. 수험표뿐 아니라 시험장·시험실 안내문이 준비됐고 정답은 OMR카드에 마킹하도록 했다. 이틀 전 수능시험을 실제로 치렀던 이승현군(19)이 감독을 맡았다.
국어영역에 응시한 양동규씨(23)는 “처음에는 차근차근 제대로 지문을 읽으며 풀었지만 결국 문제를 먼저 보고 필요한 지문만 발췌해 읽는 ‘꼼수’를 썼다”며 “그런데 오히려 꼼수를 쓴 부분 점수가 더 잘 나왔다”고 말했다. 정해나씨(25)는 “실제 수능을 볼 때는 한 문제 한 문제가 인생을 좌우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결과에 대한 부담 없이 문제를 푸니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모의수능이 끝난 뒤 도전자들은 1993년 수능 제도 도입을 주도한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초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와 간담회를 열고 수능시험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 교수는 “몇 년 전 수능을 봤던 사람이 예전에 공부한 내용을 잊어버렸다면 결국 수능이 ‘잊어버릴 만한 것’을 측정하고 있다는 얘기”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행사를 기획한 백진우 위기 대표는 “수능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측정수단을 요구하면서도 창의성을 평가하길 바라는 양면성이 반영된 시험이라고 생각해 이같은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며 “수능제도에 대해 되돌아보고 개선책을 모색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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