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과 2학년 배우는 환율 이론
금융계 엘리트들도 푸는 데 18분
“거시경제 전반 알아야 풀이 가능”
한국은행은 한국의 통화정책을 이끈다. 직원은 금융계에서 엘리트로 꼽힌다. 대부분 경제학·경영학을 전공했다. 대학 입학 성적도 나름대로 우수하다고 자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한은 직원들도 고개를 내저었다.
환율의 변동성을 설명하는 ‘오버슈팅 이론’을 다룬 2018학년도 수 능 국어영역(홀수형) 지문과 문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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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슈팅’은 원래 가려고 했던 장소를 지나쳐 더 많이 가버린 경우를 뜻하는 말이다. 경제에 어떤 충격이 가해지면 단기적으로는 장기 평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장기 균형 수준으로 수렴해 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수능 문항을 접한 한은 직원들은 난도가 상당히 높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13분을 들여 문제를 풀었지만 6개 문항 중 2개를 틀렸다고 말했다. 입행 7년 차인 이 직원은 “수험생에게 가장 까다로웠을 문항은 오버슈팅 이론을 그래프로 표현한 30번 문제 같았다”고 말했다. 이 이론을 알고 있으면 어렵지 않게 답을 고를 수 있지만 지문만으로 답을 찾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자금 유입에 따른 환율 변동성에 대한 설명을 다룬 29번 문항도 정답을 찾기에 어려운 문제로 꼽혔다. 반면 다른 한은 직원은 “지문 이해도를 확인하는 27번 문항과 오버슈팅에 대한 미세 조정 정책 수단을 묻는 31번 문항은 지문을 꼼꼼히 읽었다면 답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수능을 본 수험생을 자녀로 둔 한은 직원들도 문제를 풀어 봤다. 18분에 걸쳐 문제를 풀어 답을 모두 맞혔다는 한 직원은 “시간이 충분했다면 수험생이 지문을 꼼꼼히 읽고 답을 찾을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물가와 통화량, 환율·금리 등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며 “종합적 사고 능력이 없으면 정답을 찾기 힘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수능이 깊이 있는 사고력과 추론 능력을 측정하는 쪽으로 발전하는 것 같지만 고등학생이 풀기에는 다소 어려운 듯 하다”고 말했다.
수능 국어영역에서 경제 관련 문항이 출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학년도 수능 국어영역에 출제된 보험 관련 문항도 고난도의 문제로 꼽힌다. 당시 6개 문항으로 이뤄진 관련 문제는 보험에 담긴 경제학적 원리와 상법상 고지 의무를 다뤘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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