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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메르켈이 넘긴 공에 獨사민, '연정파·소수정부파'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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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인마이어 대통령, 사민 슐츠 대표 만나 압박

기민·기사 연합 내부도 이상기류…리더십 흔들

연합뉴스

'연정협상 참여해? 말아?' 獨 사민당 슐츠 대표 [AFP=연합뉴스]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이 연립정부 협상 실패로 헌정 사상 초유의 정치적 위기를 겪는 가운데,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의 역할을 요구하는 압력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중재역으로 나선 사민당 출신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와 1시간 이상 면담을 했다.

면담에서는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사민당의 정치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대연정을 새로 구성하라는 요청을 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슐츠 대표로서는 면담 자체가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메르켈 3기 내각에서 대연정에 참여한 사민당은 지난 9월 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득표율을 기록한 뒤 제1야당의 길을 선언하고 정체성 확립 등 당 재건에 나섰다.

사민당은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자유민주당, 녹색당 간의 연정 협상 결렬 이후 새로 연정 협상에 참여하지 않고 재선거에도 임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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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AP=연합뉴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재선거 배수진을 치고 사민당의 연정 참여를 압박하자, 사민당 내부에서도 연정 협상파가 목소리를 높였다.

슐츠 대표가 난감한 처지에 몰린 것이다.

슐츠 대표는 전날 dp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민당은 어려운 현 시국에서 책임감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며칠, 몇주 안에 해법을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사민당 내에선 이날도 연정 협상에 문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슐츠 대표의 라이벌인 올라프 숄츠 함부르크 시장은 전날 밤 공영방송 ZDF에 출연해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재선거가 선택지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에 사민당 강경파는 소수 정부론으로 연정론의 압박에 맞서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기민·기사 연합 중심으로 과반의석이 미달하는 소수 정부를 꾸리는 것도 타개책이라는 입장이다.

이 경우 사민당은 연정의 대상은 아니지만 불안정한 소수 정부를 지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드레아 날레스 사민당 원내대표 등이 소수 정부론의 지지자다.

그러나 숄츠 시장은 "유럽은 안정적인 독일 정부를 필요로 한다"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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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베일 독일 니더작센주 총리 [EPA=연합뉴스]



지난달 니더작센주(州) 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차기 주자로 부상한 슈테판 베일 니더작센주 총리도 소수 정부의 취약성을 지적했다고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너차이퉁이 전했다.

메르켈 총리와 기민·기사 연합은 사민당에 공을 넘긴 채 압박을 하는 상황이지만, 내부적으로 복잡한 상황이다.

총선 책임론 등으로 기사당 내 권력투쟁이 거세지면서 메르켈의 우군인 호르스트 제호퍼 대표의 사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민당 내부에서도 소장파 일부는 메르켈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는 등 연정 협상 결렬 이후 독일 정치 지형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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