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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설]새 인사기준 발표한 靑, 무능 인사라인 책임부터 물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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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어제 고위공직자 임용에 대한 ‘7대 인사 원칙’을 발표했다. 병역면탈,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가지에 해당하면 배제한다는 기존의 ‘5대 인사 원칙’에 음주운전과 성범죄 항목이 추가됐다. 새 인사 기준은 문재인 대통령이 개선을 지시한 지 79일 만에, 1기 조각이 끝난 뒤에서야 나왔다. 야당이 ‘사후약방문’ ‘합격자 발표 후 입시요강 발표’라고 평가절하하는 것도 일리는 있다.

새 인사 기준은 외형상 진전된 측면도 있다. 기준의 가짓수가 5개에서 7개로 늘어났고, 구체적인 적용 기준도 제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1기 내각 구성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데 주안점을 뒀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걸렸던 위장전입만 해도 ‘2007년 7월 이후 부동산 투기나 자녀의 학교 배정 목적으로 2회 이상’인 경우로 한정했다. 논문표절도 2007년 2월 이전은 문제 삼지 않기로 해 김상곤 사회부총리의 석박사 논문(1982, 1992년) 표절 시비도 희석되게 됐다.

시계를 되돌려 1기 내각 입성자들에게 새 잣대를 적용할 경우 대다수가 부적격 시비를 빠져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1996년 7월 이전은 문제 삼지 않는다는 신설 성범죄 기준이나 10년 이내 2회 이상을 적용한 음주운전 역시 ‘기준 강화’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기준을 폄훼만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역대 어느 정권도 이렇게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적은 없다. 청와대가 새롭게 인사 기준을 제시한 만큼 이를 준수하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기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사권은 대통령의 전권(全權)’이란 태도가 바뀌는 것이다. ‘코드 성적표’로 미리 점 찍어놓은 후보 임명을 강행하려는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인사 기준은 5개든, 7개든 있으나마나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5대 인사 원칙’을 공약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역대 정권을 통틀어 가장 균형인사, 또 탕평인사, 그리고 통합적인 인사”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그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했어야 했다. 또 그 시점은 1기 내각이 완성된 지금이 적기였다. 물의를 빚은 청와대 인사 라인부터 바꾸고 달라진 기준을 발표했더라면 훨씬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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