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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바나나 천적 곰팡이, 드디어 잡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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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전 세계 바나나 농장을 초토화한 곰팡이에도 끄떡없는 바나나 신품종이 나왔다. 이 바나나는 기존 바나나에 외부 유전자를 추가한 '유전자 변형 작물(GMO)'이다.

호주 퀸즐랜드 공대의 제임스 데일 교수 연구진은 지난 1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야생 바나나에서 찾은 유전자를 추가한 신품종 바나나가 3년간 재배 실험에서 곰팡이가 유발하는 파나마병에 저항성을 가졌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파나마병은 바나나가 푸사리움 곰팡이에 감염돼 시드는 병이다. 1950년대 TR1 계통의 푸사리움 곰팡이가 창궐해 당시 가장 많이 팔리던 그로 미셸 품종을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다행히 TR1 곰팡이에 강한 캐번디시 품종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 캐번디시 역시 1990년 대만에서 처음 발생해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퍼진 TR4 계통의 새로운 파나마병으로 절멸 위기에 처해 있다.

데일 교수팀은 최근 발생한 파나마병에 강한 아시아산 야생 바나나를 찾았다. 여기서 RGA2 유전자가 곰팡이를 이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를 접목시킨 캐번디시 신품종 6종을 개발했다. 2012~2015년 파나마병이 휩쓸고 간 호주의 농장에서 신품종들을 재배한 결과, 일반 캐번디시는 67~100% 곰팡이에 감염돼 시들었지만 신품종들은 80%가 멀쩡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맛도 유지됐고 수확량도 줄지 않았다.

바나나 멸종 위기는 과일 하나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바나나는 전 세계에서 4억명이 식량으로 먹는다. 밀과 쌀, 옥수수에 이어 넷째로 중요한 식량 자원이다. 연구진은 5년 내에 신품종이 전 세계 농장에 보급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GMO에 대한 소비자의 반감이다. 연구진은 GMO가 아닌 방법으로 파나마병을 이길 품종을 개발하는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이번에 야생 바나나에서 가져온 곰팡이 저항성 유전자는 캐번디시 품종에도 원래 있던 것이다. 다만 기능이 정지됐을 뿐이다. 연구진은 캐번디시가 가진 곰팡이 저항성 유전자를 다시 작동시키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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