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9 (수)

오너 리스크에 커지는 반기업정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 주요국가 중 국민의 기업 신뢰도 꼴찌...불매운동·반기업정서 확산 등 우려]

머니투데이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3남 김동선(28)씨가 벌인 음주 행동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면서 급기야 한화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확산되고 있다. 재계는 여론 악화가 실제 계열사들의 매출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반기업정서가 재계 전체적으로 심화될 여지가 크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화 측도 최근 사정 당국의 기업 불법행위 감시 분위기와 맞물려 오너 일가의 일탈행위가 그룹 전체에 대한 사회적 견제 강화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21일 한화그룹은 전날 김동선씨의 사과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성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추이를 지켜보며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김동선씨가 계열사에 적을 둔 것은 아니지만 김 회장 이후로 첫째아들 김동관 전무가 한화큐셀에서, 둘째 김동원 상무가 한화생명에서 일하고 있어 자칫 불똥이 오너가 전체에 튀지 않을까 경계한다.

김동선씨에 이어 김 회장까지 사과 성명을 내놓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음주 물의를 일으킨 김동선씨는 "상담 치료를 받겠다"고 했고, 뒤이어 김 회장은 "아버지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피해자들에 대신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사과 성명 기사와 SNS 보도에 붙은 댓글에는 "탱크, 화약이라도 불매하자"는 의미심장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누군가 한화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제안하자 계열사별 사업내용을 분석해 공유하는 이가 생겼다. 이후 일부는 "한화갤러리아 백화점 이용하지 않기, 전국의 한화 플라자 호텔 및 콘도 가지 않기, 한화손해보험 가입하지 않기" 등 구체적 불매 전략도 제안하는 식이다.

한화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년 전인 2007년에도 성난 여론이 일었다. 원인도 비슷했다.

김 회장의 둘째아들 김동원(32) 한화생명 상무가 술집에서 시비가 붙어 폭행이 일어나자 이후 김 회장이 경호원과 용역업체 직원들을 대동해 술집 종업원들에 보복폭행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김 회장은 당시 사법심판을 받아 잠시 옥고를 치렀고 불매운동은 잦아들었다. 여기에 당시 한화의 주 사업군이 방산·에너지·화학 등 B2B(기업간 거래) 위주여서 실제로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재계는 무엇보다 사회 전반적으로 반기업정서가 심화되는 걸 경계한다. 지난해 터진 '최순실 게이트'로 국내 최대그룹인 삼성이 어려움을 겪고 최근엔 방산비리 문제가 비화되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수개월동안 사정기관 조사를 받았다.

기업들은 반기업 여론과 사정 당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할 만큼 거세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하지만 최근 김준기 전 DB그룹(동부그룹) 회장이 성추행 논란을 일으켰고, 몇몇 중견 기업에서도 성추행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기업들에 대한 이미지가 좀체 개선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반기업 정서는 기업의 고용형태 등 환경적 요인이 많았지만 최근엔 오너일가의 일탈 사건으로 국민 인식이 더 악화되는 모습"이라며 "오너 일가의 리스크는 지배구조를 개혁하지 않는 한 계속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문제라 관련사 임직원들의 허탈감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의 반기업정서는 이미 전세계 주요국가 중에서도 최상위 수준이다. 기업들이 국민들을 상대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국내 경영활동에도 심각한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글로벌 홍보 회사 에델만이 발표한 ‘2016 에델만 신뢰도 지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업에 대한 신뢰 수준은 33%로 조사대상인 28개국 중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28개국 평균은 53%였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28개국 대상 반기업정서 조사에서도 한국의 기업 호감도는 17%로 밑에서 두번째였다.

강기준 기자 standard@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